카우앤독 1층 카페&라운지
함께 일하되, 좋은 것을 해라: 카우앤독
카우앤독은 성수동을 공유와 혁신의 동네로 이끈 교두보다. 2015년 초, 칙칙한 공장지대에 홀연히 들어선 이래 많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가 이 공간을 거쳐왔다. 사무실을 통째로 쓰기엔 부담스러운 창업자들이 입주하는 공간의 패러다임은 카우앤독 이후 ‘소호’에서 ‘공유오피스’로 바뀌었다. 평균 200명 정도가 카우앤독을 이용 중이다. 1층과 2층은 카페를 겸한 오픈 스페이스고, 3층과 4층은 입주사들의 공간이다. 공유오피스의 장점은 우선 창업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인터넷, 프린터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자신의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며 카우앤독도 관리하고 있는 김미진 대표는 말한다. “작은 회사를 다니다 보면 소속감과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반면 작은 회사끼리 모여 있다 보면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집합이 주는 안정감이 생긴다. 이 집합을 바탕으로 소셜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들이 얼라이언스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어린이집을 만든다거나, 복리 후생을 제휴한다거나.” 사업적 시너지도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SNS 등으로만 보다가 일상에서 접하면 사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 계기가 된다. 관계를 맺기도 쉽고, 구체적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가 모이다 보니 관련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최근 들어 수많은 공유오피스가 생겼다. 위워크(WeWork), 패스트파이브(FASTFIVE), 헤이그라운드(HEYGROUND) 등은 사무실을 넘어 일종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무료 맥주와 커피 그리고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내세우는 공유오피스가 있는가 하면, 소호의 딱딱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곳이 있다. 카우앤독은 딱 그 중간 스타일이다. ‘Co-Work & Do Good’이라는 뜻의 이름답게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되, 그 일이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네트워킹은 최소한으로 하되 작은 회사가 단독으로 하기엔 힘든 것들을 돕는 프로그램이 많다. 경영과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툴을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법무사를 수임할 수 있도록 하고, 혹은 구성원의 건강 관리와 자기 계발을 지원하기도 한다. 안전망이 없는 작은 회사들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유명 공유오피스들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카우앤독의 장점이다. 다른 공유오피스들은 대부분 50만 원 내외를 받는 데 비해 카우앤독의 경우 한 좌석당 27만5,000원을 받는다. 카페를 겸하고 있는 1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 등 사무실을 얻기는 애매하지만 고정 근무 환경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월 5만 9,400원짜리 멤버십도 있다. 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작업 테이블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간단한 서류 출력과 물품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주변 회사들 중 별도 회의실이 없는 업체를 위한 미팅룸 멤버십도 있다. “다른 업체는 입주사 대상으로만 제공되는 공간이 많다. 카우앤독은 의지만 있다면 1, 2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를 지향한다.” 성수동의 라운지라 말할 수 있는 이곳에서 퍼블리, 스페이스 클라우드 그리고 쏘카 등이 사업을 시작해 사세를 키워 나갔다.
공유오피스의 방점은 앞뒤 모두에 찍힌다. ‘오피스’ 개념도 있지만 이를 중심으로 한 ‘공용 공간’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다만 홀로 쓰는 사무실이 아니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다. 사소하게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지 않는다거나, 도서관 공시생처럼 지나친 정숙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하루 8시간 정도를 붙어서 일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지나치게 예민해질 때도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게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이다. 카우앤독은 최소한의 네트워킹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풀어나간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반상회, 두 달에 한 번 각자의 스토리를 나누며 함께하는 점심시간 등이 그 예다. “성숙한 어른으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아주 낮은 단계의 마주침을 만들자는 의도다. 아직 매번 참여하는 사람만 하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좋다.”
카우앤독 이전, 사회적 기업의 본산은 은평구였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등에 모여 있었다. 성수동이나 불광동이나 사회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집합이지만, 결은 많이 다르다. “성수동에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모여 있다면 서울혁신파크에 모인 기업들은 보다 공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규모 캠페인에 특화된 감이 있다. 반면 성수동은 작은 조직, 혹은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푸는 것 같다.” 이는 ‘사회 변혁’에 대한 각각의 세대가 가진 관점의 차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에 뿌리를 둔 시민사회가 이 변혁을 정치적으로 풀려는 기질을 갖고 있다면, 성수동에 모인 밀레니얼은 신자유주의를 경험하고 자랐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에서 시작된다.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것, 불편한 것으로부터 변혁에 대해 고민한다. 거시적인 담론보다는 미시적인 현상에 집중한다. 대규모 조직보다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팀에 최적화되어 있다. 성수동 공유오피스에는 이런 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성수동을 미시 사회로 넘어가는 새로운 엔진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