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어제와 오늘

안중근의사기념관

김정민|

남산

남산은 서울의 중심부인 중구와 용산구의 경계에 있다. 오늘날 서울의 물리적 영역 내에서 남쪽에 위치한 것이 아닌데도 남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산은 본래 ‘앞산’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서 바라봤을 때 바로 앞에 있는 산이란 의미에서 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남산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남산 자락에는 다양한 관광명소가 있는데, 그중에서 남산N타워, 남산도서관, 팔각정, 열쇠 철망 등을 찾는 이가 많다.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한편에 앞선 명소들만큼 붐비진 않지만,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이 있다. 바로 ‘안중근의사기념관’이다. 




남산과 조선신궁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풍수상 서울의 중심을 남산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 산에 어린 조선의 기를 누른다는 의미에서 조선신궁을 세웠고, 그 크기는 현재 여의도의 면적보다도 넓었다. 이곳에서 무고한 한국인들은 일제의 강압에 따라 마지 못해 신사참배를 했다. 그리고 1945년 해방 직후 신궁을 해체 및 철거하며 남은 빈터에 굴욕을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기념관은 본래 한옥의 외형을 본뜬 단층 형태의 전시관이었다. 그러나 전시관의 노후화되고, 전시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신관 건립이 추진되었다. 이후 구관은 철거되었고, 하얼빈 의거 101주년을 기념하는 2010년 10월 26일에 신관이 완공되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새로 지어진 기념관은 이전의 형태와는 달리 3층 규모의 유비쿼터스 형태를 취한 현대식 건물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땅 하부를 기념관의 넓이만큼 들어내어 땅과 건물을 일체화시켰다. 덕분에 건물은 주변 자연환경과 함께 호흡하고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겉보기에 기념관은 하나의 건물로 이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12개의 매스(=덩이)로 나뉜 형태이다. '12'라는 숫자는 안중근 의사의 후광에 가려진 단지동맹 11인과 안중근 의사를 뜻하며, 1909년 각자의 무명지(넷째 손가락)를 끊고 대한독립을 맹세했던 그들을 재조명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유글래스(반투명 이중u형 유리)를 사용한 모습 역시도 눈길을 끈다. 이는 남산의 환경과 건물의 형태를 고려한 결과다. 극도로 절제된 건물에 석재나 금속성 외장재가 덮이면 차갑고 위압적인 느낌을 줄 것이 분명하다. 또한, 투명한 유리벽은 건물의 기능과도 맞지 않으며 상징적인 외관과 유리될 수밖에 없다. 반면 유글래스의 반투명한 질감은 주변 고목의 푸름을 머금으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표출한다. 열두 개의 매스를 강조하기 위해 박스 사이 공간에는 투명한 전창을 끼웠고, 그 공간을 작은 휴게공간으로 활용하여 관람객들이 남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반투명 유리 사이에 끼워진 유리를 볼 때면 관람객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에 집중하다가도 유리에 비친 자신을 둘러보게 된다. 다시 말해 관람객을 가르치고 감동을 주입하려 하기보다는 무심하게 질문을 던져놓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가 건축물에도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주간에는 반투명 외피가 내부 윤곽을 그려내는 부드러운 질감을 보이지만, 밤에는 은은하게 빛을 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덕분에 건물을 직접 비추는 조명방식이 아닌 건물 스스로 빛을 내뿜는 경관 조명 계획을 가능하게 했고, 기념관 고유의 상징성이 야간에도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건물 한쪽 면에서 뻗어 나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 남산의 풍경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측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과 어록이 새겨진 벽인 ‘경계의 못’이 나타난다. 벽에 새겨진 손도장과 어록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구에 다다른다. ‘명상의 길’이라 불리는 이 진입로는 역사적 기념관을 관람하기에 앞서 방문객이 한 박자 숨을 고른 후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내부에는 3개 층에 걸쳐 수직으로 전시시설이 배치되어 있으며, 유연한 동선 확보를 위해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관람객은 중앙홀의 벽면이 본인의 시야에 맞춰 절개되어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전체 동선상에서 유일하게 중복되는 구역은 참배 홀이며 이는 관람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안 의사의 영정을 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결과다.



끝으로 2층의 마지막 전시실을 관람한 후에는 멀리 한강까지 바라볼 수 있는 남측 유리 계단실을 거쳐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관람을 마치고 곧바로 나가버리는 게 아니라 공간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을 둔 것이다. 덕분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묵상에 잠겨볼 수 있다.


소월길

관람 후 들어왔던 길을 따라 나가면 시인 김정식의 호 ‘소월’에서 이름을 차용한 소월길이 나온다, 남산의 수목이 이어지는 소월길은 산책하기 좋은 길로 익히 알려졌다. 이 길은 이태원까지 이어지는데 길을 따라서 아기자기한 카페나 맛집이 늘어서 있다. 특히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 카페가 많아 남산에서 보는 야경에 못지않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471-2 소월로91 

매일 10:00 – 18:00 하절기(3월-10월) 

매일 10:00 – 17:00 동절기 (11월-2월)

월요일 휴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다음 날 휴관 / 1월1일, 명절 휴관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김정민

bella9401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