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놀아요

재미공작소

이지현|


어두워진 문래동을 거닐다 저녁 늦게까지 불을 켜고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커다란 테이블을 둘러싸고 함께 모여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다. 작은 공간 안에서 진지하게 하모니카를 불다가, 서로 웃음꽃을 피우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유리창 밖에서도 참 재미있어 보였다. 입구 근처에 놓여진 입간판에는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재미공작소’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재미공작소는 '문화예술에 관련된 모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공연, 전시, 창작 워크샵, 출판 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공연장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장소로 그 모습을 달리 하며 기억되고 있다.



2011년 상수동에서 처음으로 재미공작소가 시작되었을 때를 되짚어보면, 평일에는 ‘오픈 공동작업실’로 주말에는 ‘전시, 공연 등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2년 간의 운영 후 두 대표(이세미, 이재림)는 ‘오픈 공동작업실’이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또한 건물주가 아닌 이상 언제 어떻게 공간 운영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그전까지는 최대한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공동작업실이라는 컨셉트는 과감히 버렸고, 2013년부터 지금의 문래동 공간에 새롭게 보금자리를 틀어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는 문화예술공간으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해왔다.


"새롭거나 좋거나 그 둘 다이거나, 무엇이 되었든 자극과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들이 추구하는 재미란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위와 같은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재미공작소의 두 대표,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된다.

일례로 좋아하는 뮤지션의 진지한 이야기를 그 어떤 편집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심층 인터뷰집 <우리들의 황금시대>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출간 기념 릴레이 공연을 진행하게 된 일련의 과정 또한 이들이 벌인 재미있는 일 중 하나였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이랑, 최고은, 사람또사람, 권나무, 이씨이, 단편선과 선원들로 이어지는 릴레이 공연을 보며 관객으로서 행복하고 뿌듯했던 마음, 그것은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노력해온 뚝심이 일궈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2016년 10월 한 달 간 재미공작소가 선보인 재미있는 컨텐츠들을 한 번 살펴보자. 10월 8일에는 작년에 재미공작소에서 출간한 그림동화책 <대륙의 시작>의 원화전이 진행되었고, 10월 17일에는 김윤하 음악평론가와 함께하는 일본음악 가사 강독 워크숍이 개강하였다. 10월 22일에는 <대륙의 시작>의 그림을 그린 전진희 작가의 개인전이, 10월 27일에는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작가와 함께하는 네 컷 만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이 외에도 정지돈 소설가와 함께하는 <프리즘> 강독회, Room306과 F.W.D의 공연 등 (긍정적인 의미에서) 키치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이 공간은 ‘다작’하고 있다.



이들이 문래동에서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직접 지켜봐 온 문래동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묻자 “주변 건물들의 높이가 낮아 하늘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든다. 문래근린공원이라는 훌륭한 산책 코스가 있는 것도 좋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꾸밈없이 순수하게 즐거움을 추구하고 실천해온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기획뿐만 아니라 직접 컨텐츠의 생산 주체가 되어 '재미있는 일'의 수를 더 늘려보고 싶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