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가득한 북적이는 보물섬

광장시장

윤여준|

주변 사람들에게 광장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저마다 다른 기억들을 들려준다. 누군가는 친구와 육회에 소주 한 잔 걸쳤던 곳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혼수장만을 위해서 둘러보았던 시장이라고 말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광장시장은 외국인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 한국의 전통시장이며, 혹은 마약김밥과 빈대떡, 순대가 있는 맛집 천국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떻게 광장시장은 이토록 다양한 형태로 기억되고 있는 것일까?



우울한 날이면 종종 광장시장을 찾는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모아둔 커다란 상자 속을 돌아다니는 기분이 느껴져 웃음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기분전환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을지로 일대에는 3개의 큰 시장이 있지만 단언컨대 광장시장만큼 시끄럽고, 정신없으며, 유쾌한 시장은 없다.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시장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와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 낯선 풍경을 구경하기에 여념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여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속을 비집고 돌아다니다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근심과 걱정이 어느새 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광장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근심과 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맛있는 시장 음식들을 빼놓고 광장시장을 논할 수는 없다. 신선한 육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고, 갓 부친 빈대떡 냄새에 홀려 절로 빈대떡 한 접시를 주문하게 되며, 옆 사람과 바짝 붙어 앉아서 먹는 떡볶이와 순대의 맛에 흥이 오른다. 특히 그 이름에 걸맞게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톡 쏘는 겨자 소스에 곁들여 먹는 마약김밥은 평범한 일상의 와중에 불쑥불쑥 떠오르곤 한다.



나는 광장시장의 먹자골목 못지않게 시장 내에서 성업 중인 구제 점포들을 즐겨 찾는다. 스무 살 무렵 친구를 따라나섰던 광장시장 구제 옷 가게 탐방은 그야말로 신세계와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소심했던 스무 살의 나는 열성적으로 ‘아이템’을 찾지 못했고 쭈뼛쭈뼛 서성이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다시 찾게 된 광장시장에서 나는 눈을 요리조리 돌리며 특이한 옷들을 양손 가득 들고 나왔다. 빼곡하게 널려있는 옷들과 퀴퀴한 냄새가 어우러지는 광장시장의 구제시장은 어둡지만 밝게 느껴졌고, 분명 낡았지만 조금만 뒤집어서 바라보면 더없이 젊게 느껴진다.



빈번히 구제상가를 방문하다 보면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는 아이템이 모여있는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한 가게에서 여러 벌의 옷을 구매하며 할인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가게의 주인장과도 친밀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게의 주인장과 친해지면 좋은 점이 많다. 구제 의류의 대부분은 오로지 한 벌만 준비되어 있어, 눈에 보일 때 사지 않으면 다음 방문 때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광장시장을 방문할 수도 없으므로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어두운 청바지 부츠컷 스타일로 작은 거 들어오면 연락주세요!"


하지만 단골이 되면 원하는 옷 스타일을 미리 말해 놓을 수 있고, 주인장은 이후에 내가 찾던 스타일의 아이템이 들어왔을 때 곧바로 연락해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의 제품을 갖출 수 있는 심미안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여 상호 간에 이득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에 개설된 이후로 110년의 전통을 쌓아왔으며, 대지면적만 4만 3,000㎡에 이를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일 방문자는 6,500명에 이르며,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광장시장을 자주 드나드는 이용객임을 자부하지만, 나는 아직도 매번 새로운 점포를 발견한다. 어느 날은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원단 시장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즐비한 과일가게 골목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다. 광장시장을 완벽하게 파악하였다고 자부하며 나선 날마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서 길을 잃고는 했으니, 이 시장을 언제쯤 제대로 알 수 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최근 새로이 찾게 된 광장시장의 보물은 바로 원단가게 옆 맞춤옷가게이다. 옆에 붙어 위치한 원단가게에서 원하는 원단을 떼어와 맞춤옷가게에 주문하면, 기성복과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제작하여 입어볼 수 있다고 한다. 맞춤옷을 맡기러 다시 찾아올 광장시장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이지현

윤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