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을 상징하는 공간

호텔 수선화

김준민|


설비 자재를 판매하는 상점, 그리고 인쇄소와 공업사까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바삐 짐을 나르는 이들의 요란한 발걸음이 가득하던 을지로에는 최근 들어 젊은 작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과제 제작과 개인 작업을 위한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서 을지로의 상점에 들리던 젊은 아티스트들은 을지로만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자리를 잡았고, 근래에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독특한 카페, 호텔 수선화 역시도 그러한 흐름에 힘입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름 모를 골목에 위치한 빌딩 4층에 위치한 이곳은 건물 외벽에 버젓한 간판 하나 없이 작은 표지판 하나만을 갖추고 있어서, 카페 방문을 뚜렷한 목적으로 하여 찾아온 이가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호텔 수선화는 각기 가방과 의상, 쥬얼리를 디자인하고 있는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작업실과 쇼룸을 겸하는 카페이다. 건물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과연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4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조명과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나무 카운터가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을지로의 거리를 함축시켜 놓은 공간, 그 곳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예술"


노출된 천장과 콘크리트, 그리고 천장에서 바닥을 향해 길게 드리워진 램프 등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으로 꾸며진 호텔 수선화는 을지로 외형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동시에 한쪽에는 각각의 디자이너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인 킨더가튼과 비츠니카, 파이가 집 모양의 공간 세 개에 각각 자리를 잡고 있다. 공간마다 각 브랜드의 특성과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지도록 연출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킨더가튼의 공간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집처럼 꾸며져 창틀을 통해 가방을 볼 수 있었고, 의류를 판매하는 비츠니카는 검은색 철골 구조물과 네온사인을 활용하여 세련된 멋을 연출했다. 반면 쥬얼리 제품을 판매하는 파이는 나무 구조물을 중심으로 색색으로 칠한 양철지붕과 자개상, 오래된 동양화 족자 등을 배치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낮에는 커피를, 저녁에는 칵테일과 맥주를 판매하는 호텔 수선화는 을지로 일대가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에 을지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는 곳. 호텔 수선화가 이끌어 갈 미래 또한 기대가 되는 바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김준민

정리정돈에 민감한 리뷰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