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생계의 공생을 고민하는, 매력적인 공간

SlowSlowQuickQuick

윤여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에 실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미술가의 연평균 수입은 614만 원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 가구 소득 평균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예술에 전념하고 있는 청년인 ‘나’에게는 참으로 힘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예술이 좋아 창작활동을 시작하였고, 창작에 꾸준히 전념하며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였는데, 역시나 생계를 이어나가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나는 예술에 정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일같이 예술활동과 생계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 및 창작자들이 이런 고민에 공감할 것이다. 왜 우리는 예술을 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예술과 생계가 일치될 수는 없는 것인가? 을지로에는 이러한 질문에서 비롯된 창작가들의 공간이 있다. 바로 개방형 스튜디오 SlowSlowQuickQuick 이다.

SlowSlowQuickQuick이 위치한 장소는 참 매력적이다. 단순하게 보면 미싱 부품 거리의 뒷골목이지만 낮에는 왁자지껄 고스톱을 치고 있는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해가 지면 동네 고양이들이 집합하여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SlowSlowQuickQuick은 옥탑을 포함하여 총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하는 4층 옥탑을 제외하고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1층부터 3층까지 개방하고 있다. 각 층이 모두 다른 역할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데, 1층에는 푸른빛이 흐르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풍기는 마당이 있고, 안쪽으로는 식당과 공연장, 그리고 화원이 있다.

또한, SlowSlowQuickQuick의 식당은 이야기가 있는 공간, 사람과의 대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던 <김갑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동절기에는 우동을 주메뉴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여름부터는 ‘애잔하다, 만두, 옥수수, 자두’와 ‘애절하다, 만두, 옥수수, 자두’를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근사하게 진열된 담금주는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식당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당을 나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빛으로 도배된 이 공연장에서는 전자음악가 ‘오대리’의 2집 쇼케이스, 사운드아티스트 ‘탠거’의 11주년 행사 등이 진행됐고, 종종 디제잉 및 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크고 작은 식물로 가득 채워진 SlowSlowQuickQuick에서는 운영자인 김양우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시회, 행사 등에서 잉여로 남겨진 식물을 다시 입양/분양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식물의 구매가 가능하며, 판매뿐만이 아니라 식물과 관련된 워크숍 등의 행사를 <금강식물원> 프로젝트를 통해서 선보이고 있다.



2층은 스크리닝, 전시, 퍼포먼스가 가능한 공간으로 1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거친 느낌의 천정과 바닥 그리고 창문이 지닌 무채색의 무게감이 을지로와 닮아 있다고 해야 할까? 전체 공간 중에서 가장 을지로와 닮아 있는 공간으로는 단연 2층을 꼽을 수밖에 없다. 3층은 또 다른 느낌의 전시와 함께 아카이빙 되어 있는 기록물들을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곳"


앞서 설명한 것처럼 SlowSlowQuickQuick은 나누어진 공간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므로 입체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덕분에 공간을 운영하는 창작자들은 프로젝트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을 택하여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외부 창작자들도 한 공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작업물들을 자유롭게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을지로 일대의 상인들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그들의 기술을 배워보는 <청계천 창작소: 선생님 좋아요> 행사를 통해서 지역과의 교류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평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는 항시 오픈되어 있어 스튜디오 관람이 가능하니, 을지로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있는 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싶다면, SlowSlowQuickQuick은 반드시 방문해보아야 공간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윤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