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과 최신 유행, 그 오묘한 순환의 고리

동묘 벼룩시장

김준민|


동묘앞역 3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서 골목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동묘 벼룩시장을 만나게 된다. 소설 삼국지 속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를 모시는 동묘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신설동역 부근의 서울풍물시장, 그리고 남쪽으로는 황학동 벼룩시장과 이어지는 이곳은 단일한 공식 명칭보다는 황학동 벼룩시장, 그리고 동묘 벼룩시장이라는 명칭이 두루 사용되고 있는 일종의 거대한 ‘벼룩시장 지구(地區)’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변에 자리 잡은 고물 시장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의 개발 열풍에 휩쓸려 자리를 옮겨 다니던 상인들은 1980년대부터 이곳 동묘 일대로 모여들었다. 수년 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G드래곤의 패션을 완성한 곳으로 명성을 얻으며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어났다.



동묘 벼룩시장에서는 오래된 카메라와 라디오, 자전거부터 중고서적, 다양한 골동품까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종로 자전거’, ‘와우 유통’과 같이 영화 속 소품처럼 낡아 보이는 간판을 통해 오랜 역사를 한껏 드러내는 점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길거리 한쪽에 돗자리와 테이블을 깔고 잡다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이들도 많아 벼룩시장만의 운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묘 벼룩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구제 의류 시장이다. 구제 의류 가게가 많이 몰려있는 골목을 지나면 행거에 두서없이 걸려 있는 것은 양반이고 보따리 가득 담겨 있거나 테이블에 산처럼 쌓아 올려진 옷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산처럼 쌓인 옷더미 사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매의 눈을 한 채로 보석을 찾아 뒤적거리는 사람들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패피(패션 피플, 패션에 민감한 사람)임을 자부하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 벼룩시장에서는 특히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아우터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다. 아우터 한 벌에 만원 정도 하는 가격은 얼핏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일부 열악한 품질을 갖춘 의류의 경우에는 세탁 비용이 그 배는 들 때가 많다며 꼼꼼히 살피라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있을지라도 여전히 상상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에서는 유행의 순환, 그리고 그 속에서도 굳건한 빈티지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바지의 통이 넓어졌다가도 다시 줄어들고,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색의 조합이 내일의 최신 유행이 되는 것을 보면 패션이란 끊임없이 돌고 도는 하나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묘 벼룩시장의 구제 의류들을 보고 있으면 촌스럽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수많은 의류 속에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랜 의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놀라게 된다. 한번 그 맛을 깨달은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벼룩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많은 노후한 벼룩시장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 일단 한번 방문해보아야 한다. 수입 의류와 이국적인 아이템이 가득한 이태원시장 못지 않게 쿨하고도 멋스러운 감성이 동묘 벼룩시장 골목마다 가득하니 말이다. 주말에 가까워질수록 끊임없이 모여드는 엄청난 인파는 덤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김준민

정리정돈에 민감한 리뷰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