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는 음식과 주류

믹스앤몰트

김준민|



어릴 적,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 중 난생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았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는 라자냐나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 크리스마스에 먹는 미트로프 등이 등장했다.

물론 요즘에는 이태원만 가도 미국 가정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혜화동 인근에서 그런 공간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혜화동 뒷골목에 위치한 믹스앤몰트가 더욱 빛난다.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사이에서 더욱 유명한 믹스앤몰트는 포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2층 규모 가정집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공간이다. 건물에는 원래 컴포트 존이라는 이름의 바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현 믹스앤몰트 사장님이 새롭게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된 사연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사장님이 사모님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바로 이곳에서 운영되었던 컴포트 존이다. 첫 만남 이후 인연이 계속되어 몇 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만남을 이어갔다는 사장님 부부는 결혼을 준비하며 피로연 장소를 찾다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기념적인 장소인 컴포트 존을 들렸다.

그때 컴포트 존의 사장과 친해져서 가게 인수에 대해 웃어넘기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훗날 컴포트 존의 사장님에게 연락이 와서는 진지하게 인수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공간을 찾은 게 아니라, 공간이 찾아온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요식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공간을 인수했다. 처음 인수를 결정했을 때는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 모든 것으로 실내를 채우고 싶었다고 한다. 좋아하던 서부영화 속 바에는 늘 포커 테이블이 있었기 때문에 1층에 포커 테이블을 배치했고, 난로를 선호하는 취향이 반영되어 겨울에는 나무 난로에 불을 지핀다. 2층에서 늘 상영되고 있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뉴욕에 있을 때 자주 가던 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름마저도 칵테일을 뜻하는 ‘믹스’와 본인이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착안했다.



믹스앤몰트의 메뉴는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격 이상의 만족을 제공한다. 미국 가정식이라 할 수 있는 라자냐와 미트볼, 맥앤치즈와 미트로프 등의 메뉴가 있는데, 그 중 미트로프는 함박스테이크와 비슷한 음식이다. 미트로프를 주문하면 큼지막한 미트로프 두 조각과 함께 매쉬드 포테이토, 다양한 야채가 미국 특유의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형식으로 제공된다. 다양한 재료들의 깊은 맛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있게 먹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양에 결국 두 번째 조각은 남겨야만 했다.



맛볼 수 있는 칵테일과 위스키의 라인업은 다채로우면서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칵테일의 가니쉬와 맛의 밸런스가 유명 호텔 바 못지않으며,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칵테일도 특정 시점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사장님이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라인업은 맛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요즘 괜찮다는 바에서 흔히 받는 테이블 차지도 없어 합리적인 가격에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위스키"


레스토랑을 방문할 때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요소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음식과 술의 맛, 그리고 분위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그러한 요소를 동시에 갖춘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믹스앤몰트는 지불한 금액에 상응하는 만족감, 혹은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자신 있게 주장해본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김준민

정리정돈에 민감한 리뷰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