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쉐어(SHARE) 어스(US)

쉐어어스

이지현|

가파른 오르막도 개의치 않고 우뚝 선 건물 안 좁은 방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외로운 사람들. 일반적인 고시원에 대한 인식이다. 여유 공간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과 반비례하여 고요하게, 외롭게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시촌이 품은 슬픈 아이러니다.

대학동 서림길 초입에 위치한 쉐어어스(SHARE-US)는 기존 고시촌의 주거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고민의 결과, 사회적기업 건축사무소 선랩(SUNLAB)은 대학동 고시촌에서 쉽사리 볼 수 없던 셰어하우스를 시도한다. 그들은 44실 가운데 4명만이 들어와 살고 있던 낡은 고시원 건물 하나를 5년간 임차했고, 리모델링하여 첫 번째 쉐어어스를 선보였다. 



대학동의 고시촌은 1인 가구 밀집 지역이다. 머무를 만한 여유 공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고시원이라는 주거 형태 위주로 빽빽이 들어찬 모습은 이곳이 애초에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자본 논리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선랩의 현승헌 대표는 건축가로서 사용자들에게 직접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회적 미션을 고심하던 차에 청년 시절 서울대 근처와 대학동 근방에서 하숙과 고시원 생활을 했던 본인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현 대표는 청년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주거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결심한다. 1인 가구들이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거주할 수밖에 없는 고시원 또는 원룸 등의 주거 형태가 아닌 새로운 대안 모델 말이다.



선랩이 2015년에 임차한 낡은 고시원은 44개 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고시원이었다. 이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방의 개수는 19개로 축소하였고, 공유 부엌과 더불어 거실·회의실·발코니·샤워실 등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의 원룸 구조를 지양하고 공용 공간을 자연스럽게 살려 어떻게든 사람들 간에 동선이 겹치도록 설계한 것이다. 기존 고시원에서는 이웃 간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었고 사실은 관계란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익숙해진 1인 가구들은 스스로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관계 맺음의 가능성을 건물 안에 구조화시켜 놓은 공유주택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할 것인가 자연스레 고민하게 된다.



‘적절한 공유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는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쉐어어스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길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공유 주택의 한계이자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관계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공간적으로 설정하되 내부에서 친밀감을 쌓는 과정은 사람들의 선택에 맡겼다.

주거공간에서 1+1, 2, 3, 6인실이라는 다양한 유닛 구조를 만든 것도 최선의 셰어하우스 형태를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 중 하나다. 어떤 것이 셰어하우스에 가장 적합한 구조인지에 대한 고민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민과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선랩은 분명하게 확인한 것이 있다. ‘공간적 설정’ 즉 ‘쉐어어스의 유닛 구조’가 충분히 의미 있다는 사실이다. 한 공간을 공유하는 그룹 간의 성향 차이에 따라 친밀도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공간을 ‘공유’하므로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 행위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쉐어어스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입주자 간 모임을 갖는다. 서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보통 50% 내외의 참여율을 보이지만, 사람들은 상영하는 영화를 함께 감상하거나 크리스마스에는 함께 리스를 만든다. 이런 시간을 통해 공간의 공유를 넘어 시간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공유한다.

위즈돔과 함께 진행한 ‘반찬 만들기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어머니 한 분의 요리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이 방문했고, 쉐어어스 입주자와 외부 지역주민들과의 새로운 접점이 생기기도 했다. 이로써 공유(share)의 가치는 쉐어어스라는 건물에 한정되지 않고 점차 동네, 지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쉐어어스는 지난 2월부터 새로 오픈한 2호점의 입주자를 받기 시작했다. 3호점을 구성을 위한 건물 계약도 마무리된 상황으로 1인 가구의 다양한 거주 형태를 구조화해가는 작업은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쉐어어스가 촉발한 대학동의 변화는 분명 의미가 깊다. 다만 지속가능성에 있어 따르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쉐어어스의 ‘지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지) 공급자가 선순환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현 대표는 강조한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토지를 단순히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주거를 위한 필수적인 공간으로 인식하며 더불어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대표는 쉐어어스를 통해 점차 사용자들의 거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 공급자들의 인식도 점차 변하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에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선랩은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의 가치에 주목한다. 현 대표는 ‘신축은 곧 개발을 의미하고 리모델링은 계속 그곳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내포되어 있다’고 두 가지 개념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건물이라는 구조물을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그것은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대 상황에 따른 공간의 변화는 언제나 모든 것을 헐어버리고 새롭게 만드는 재개발의 관점으로만 형성되어 왔어요. 우리에게는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부수고, 남기고, 다시 지을지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쉐어어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물 뒤편에 여전히 달린 고시원의 간판을 발견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다소 비틀린 형태로 태어난 고시원일지언정 공간을 깨끗이 헐어버리는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한 사람들. 대학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그들의 시선이 앞으로 어떤 공간, 어느 동네에 가 닿게 될지 궁금해진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