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흐르는 예술의 기운

강릉예술창작인촌과 참방짜수저

조혜원|

신사임당, 율곡 이이, 허난설헌, 허균, 김시습까지. 강릉은 예부터 문인과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과연 이곳에 어떤 기운이 흘러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한 역사적 위인이 둘이나 탄생한 것일까? 그 흐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는 없지만, 한 땀 한 땀 손으로 미를 창조하고 사흘 동안 두드리고 두드려 수저 한 벌을 만드는 예술인들의 정성은 강릉만의 기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강릉의 유명한 여행지인 오죽헌 입구에서 옆 골목으로 가면, 강릉 예인들이 모인 “강릉예술창작인촌”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오죽헌 공방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전국 곳곳에 있는 여느 예술 마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다.

강릉의 예술적 자질을 물려받은 예술인들이 모인 마을은 공방마다 문패와 꾸밈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방 앞에 작은 테이블을 펼쳐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직접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어 기념품을 남기기 좋다.



공방을 구경하며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넓은 학교 운동장을 마주하게 된다. 그 앞에 있는 초등학교 건물을 강릉시에서 매입하여 예술인 창작촌으로 조성하였다. 학교 교실과 복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1층은 작가들의 공방과 전시장이, 2층에는 한, 중, 일 동양 삼국의 자수를 중심으로 서양 자수까지 둘러 볼 수 있는 동양자수박물관이 있다. 1층에 있는 공방들에서는 자수, 도예, 목공, 닥종이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이 가능하다.



예술인 창작촌 기념품 코너에서 살 수 있는 작품들은 공장에서 제작되는 값싼 기념품과는 격이 다르다. 이곳에는 강릉을 대표하는 장인들이 정성을 들여 제작한 ‘작품’들이 모여있다. 그 중 참방짜수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 14호로 지정된 장인이 만든, 살아서 백 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속설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 수저다. 구리 열여섯냥에 주석 넛냥 닷돈을 섞은 참쇠를 사흘 동안 두드리고 펴기를 반복해 만드는 방짜방식의 수저인데, 참방짜방식의 그릇을 만드는 장인은 국내에도 여럿 있지만 참방짜수저의 장인은 강릉이 유일하여 수저의 가치는 상당히 높다.

현재 참방짜수저의 장인으로 불리는 김우찬 전수조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지난2003년 강원도 무형문화제 제 14호로 지정된데 이어 2005년에는 강원도무형문화재 방짜수저장 전수조교로 인정받았다.



구리와 주석의 78:22 비율은 현대 금속공학의 상식을 깬 합금술로 우리 조상이 물려 준, 과학을 뛰어넘는 유산이다. 여기에서 구리의 비율이 조금만 더 늘어도 너무 딱딱해 망치로 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반대로 주석이 정해진 양보다 많으면 바로 깨지고 만다. 조선시대 초기까지는 무기를 만드는 기술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군사기밀로 취급해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금지됐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수저 하나에 장인의 땀과 정성, 그리고 세월이 깃들어 있다."


수저계급론이 화두가 되는 요즘, 참방짜는 금수저를 뛰어넘는 가치를 갖는다. 참쇠로 만들어야 하며, 참빛을 띄고, 참소리가 나야하며, 참모양을 이루고, 참뜻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참방짜수저는 살균효과를 지니고 있고 독성물질에 반응한다. 그로 인해 입에 생기는 입병을 차단하고 외부에 독이 있거나 몸에 병이 있으면 수저가 검게 변한다고 한다. 덕분에 이 작품은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되거나,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부부가 평생 사용할 수저가 되기에 적격이다.



공방에 찾아가면 오직 재료비 만을 지급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장인이 보여주는 솜씨에는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참방짜 하나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을 배우는 시간이 너무도 값지게 느껴진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