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 시절이 배여 있는 길

산꼬라데이길, 광부의 길

박도영|

모운동 마을을 올라 산꼬라데이길을 따라가다 보면 광부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옛날 모운동에 있는 종업원 사택에 살던 광부들이 탄광으로 걸어가던 길이다. 광부의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던 길. 지금은 울창한 숲뿐이지만 거주민이 많던 옛날에는 이 길 군데군데까지도 종업원 사택, 조장 사택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초입에서부터 묘하게 기름 냄새가 나기에, 광부의 길이라는 이름답게 아직도 석탄의 냄새가 땅 전체에 스며있나 보다 하고 놀랐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장님은 석탄냄새라기 보다는 얼마 전에 기름으로 돌리는 예초기를 사용해 수풀을 다듬었기 때문이라고 기름 냄새를 해명해주셨다. ‘아...’ 길에서 석탄의 흔적을 찾았다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 냄새가 날 때마다 그 출처를 물었다. 그 결과, 아무래도 산 전체가 대부분 탄광지역이었다 보니 비가오거나 해서 깊이 스며있던 냄새들이 올라오면 여전히 석탄 냄새가 나기도 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지레짐작일지도 모르지만, 그 길에 서있는 나무들의 밑동들은 미세하게 거뭇거뭇했다. 오랜 세월 그 땅 속의 탄과 닮아버린 탓인지, 퇴근하던 광부들이 다 씻기지 않은 석탄의 흔적을 나무에 묻혀왔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묘하게도 나무들은 광부의 길에 어울린다.



또 길을 걸어가다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탄광을 뚫기 위해 광산에서 사용하는 다이너마이트를 제작하던 폭발물 제작소이다. 물론 그 시절 그 건물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파위험”이라는 팻말이 주변에서 위험한 것이 제작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따금 10개의 다이너마이트를 써야할 때 7개 정도만 사용하고 3개를 빼돌렸고, 산을 내려가 그 폭발음을 이용해 낚시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탄광도, 그 굴을 뚫던 다이너마이트도, 그걸 만들던 제작소도, 3개를 챙겨 강으로 내려가며 고기 잡을 생각을 하던 그이도, 폭발에 놀라던 고기들도 세월 속에 사라졌다. 그저 자신이 누굴 통제하기 위해 여기에 세워졌었는지도 잊은 듯한 출입통제 표지판만이 이곳에 남았다.



"같은 풍경을 보았을 광부들"


이따금 보이는 옛 흔적, 우거진 숲, 나, 이렇게만 셋만 존재하던 길의 중간에 이르니 한쪽 옆으로 나를 둘러싸던 나무들이 잠시 자취를 감췄고, 탁 트인 시야로 저 아래가 내려다보인다. 길을 걷던 광부들은 잠시나마 자신을 둘러싼 굴레를 잊고 이곳에 멈춰 숨을 돌리지 않았을까. 이 길을 거니는 사람들은 많이 변했지만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자연은 그때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잠시 멈춰 그 시절 그들과 함께 같은 곳을 내려다보며 숨을 돌린다. 



길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커다란 공간이 나타난다. 지금 바로 무언가를 캐내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압도적인 규모의 공터는 마치 광부의 길의 종착역과도 같이 느껴진다. 일하러 온 수 많은 광부들이 줄을 서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울리고, 찐득한 석탄냄새가 가득 깔려있지 않았을까.

그 규모와 분위기가 혼자 온 나에게 “아니, 다른 놈들은 다 어디 가고 너 혼자 왔어?” 라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하다. 잠시나마 광부들의 시선과 심정을 느껴보려 했을지라도, 결국 손에는 장비 대신 카메라만을 들고 몸에 거무튀튀한 자국 하나조차 없는 나였다. 아무도 없었지만 문득 내가 이곳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종종 걸음으로 빠져나와 다음 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박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