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땐 빈손이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동아서점

노건우|

100명 중 65명. 지난해 성인 중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다. 20년 전보다 21명 가까이 줄어들어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출판시장의 장래는 어두워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출판시장의 규모는 오히려 조금 증가했다. 왜 그럴까? 답은 양극화에 있다. 한 마디로 읽던 사람은 더 읽고, 읽지 않던 사람은 덜 읽고 있다는 것.

인터넷 주문을 기반으로 한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최근 10년간 100개 중 95개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매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서적을 갖춰 놓고 누군가의 구매를 기다리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은 그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테마가 있는 서점이나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하는 서점들이 동네 서점의 대안으로 새롭게 문을 열고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지금은 독서 시장의 춘추전국시대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56년부터 무려 삼대에 걸쳐 속초 시내를 한결 같이 지키고 있다는 ‘동아서점’의 생존기에 대해 다룬 기사를 접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지면에서 말이다. 도대체 어떤 서점이기에 이렇게 앞다투어 기사를 내보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동아서점을 찾았다.

동아서점은 원래 속초시청 옆에서 50년 넘게 영업하다가 2015년 1월,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놀랍게도 이곳은 장사가 잘되었기 때문에 이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00년대부터 계속됐던 침체기를 타파하기 위해 선택한 정면돌파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책들이 선반 가득 꽂혀있는 낡은 서점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얼핏 보기에는 깔끔하고 넓은 평범한 서점이지만, 구석구석 찬찬히 둘러보고 있으면 이곳이 단기간에 몸집만 불리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동아서점에는 일단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장르별 분류법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서점만의 분류법으로 서로 다른 책들의 맥락을 엮어내기 때문이다. 속초에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여행자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별도로 모아둔다거나, '포켓몬 GO' 열풍에 발맞춰(?) 휴대하기 편한 책들로 포켓'문'고를 만든다거나 하는 식이다.

한때 서점을 먹여 살렸던 참고서는 최소한의 수량만을 남기고 간소화한 반면, 대형서점은 물론 동네 서점에서도 접하기 힘든 독립출판 서적들을 다량으로 비치해서 다양성을 높였다. 올해 독서 시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페미니즘 서적들을 폭넓게 구비하는 한편 동아서점에서 잘 팔리고 있는 책들에 따로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을 보면 다층적인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유리로 된 서점 전면부에 긴 책상을 비치해서 바깥 풍경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게 해놓았고, 서가 구석구석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이러니 딱히 책을 사러 온 것이 아니더라도 책들이 손에 집히면 읽게 되고, 읽던 책을 사서 나갈 수밖에 없다. 빽하게 웃자라 갈피를 잡기 힘든 '책의 숲'이 아니라, 잘 가꾼 책의 정원이다.



"최근에 읽어보신 책 중에 한 권만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왠지 책 한 권을 꼭 추천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매장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삼대째' 영건 씨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끝까지 읽어본 책이 많이 없어 큰일이라며 기다려달라는 영건씨. 생각해보니 너무 막연한 질문이긴 했다. 책을 좋아하고, 서점에 관심이 많다고 나에 관해 부연설명을 하니 다구치 미키토의 <동네서점>이라는 책을 조심스레 추천해주신다. 그래도 의심이 많은 나는 책의 프롤로그를 읽어봤다. 글의 첫머리는 생각지도 못한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시작된다.


(중략) …서점 안에는 책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설마, 혼란스러운 와중에 사람들이 전부 가져간 걸까? 그러나 아니었다. 그곳 스태프의 말에 의하면 서점을 다시 열었을 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한다. "어떤 책이든 좋으니 아무튼 책을 좀…." 하며 앞다퉈 사 갔고, 그 후로는 아직 책이 들어오지 못해 서가도 평대도 텅 비어버렸단다.


속초 여행이 끝날 무렵,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게 웃었다. 직접 추천의 글을 쓴 책을 그렇게도 조심스럽게 추천해주시다니! 아무튼,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이 책이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책은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고,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코 추억이 쌓인 동네 서점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영건 씨도 이러한 이유로 가업을 잇고 있나 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노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