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를 전하는 시장 안 카페

가방속 커피향기

조혜원|

시끌시끌 오일장이 열리는 한가운데,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브런치 카페 ‘가방속 커피향기’ 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 손에는 열심히 장을 본 결과물인 검은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또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나서는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생꽃차교육원’, ‘평창올림픽 특선 메뉴’라 적힌 안내판이 호기심을 자극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끌시끌한 시장에서 갑작스레 아늑한 작업실에 온 듯하다. 한쪽 벽면은 온갖 말린 꽃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줄을 세웠고, 한쪽 벽면에는 감각적인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공간 한쪽, 빛이 잘 드는 테이블에는 어린 목련을 차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목련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아직 피기 전 털이 보송보송한 꽃을 하나하나 펼쳐서 말리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목련차를 처음 봐요? 어린 목련 참 예쁘죠. 이렇게 말려서 차로 만들고 물에 우려먹으면 색도 참 예뻐요."


가방속 커피향기는 연인처럼 다정한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유니폼처럼 청남방을 맞춰 입은 두 사람은 함께 꽃차를 만들고 이효석의 수필을 읽으며 사진 찍는 취미를 공유한다.



"봉평은 이효석 선생님의 정서가 흐르는 고장이에요.

저는 어릴 적부터 그분의 작품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랐죠."


가방속 커피향기라는 이름도 이효석의 수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집에 담긴 어느 글에서 이효석은 갓 볶은 커피를 사서 가방에 넣고 전철을 타는데, 가방 안에서 나는 커피 향이 너무 좋아 계속 향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카페의 이름에 반영된 구절이다.



부부는 직접 키운 꽃으로 차를 만들어 판매한다. 400~500평의 넓은 농장에서 국화, 장미, 목련 나무 등을 키운다.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고지라는 의미에서 ‘HAPPY 700’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평창은 꽃을 키우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평창에서 키운 꽃은 향이 진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고 한다.



"커피도 서너 가지를 합쳐서 블렌딩을 하잖아요.

지금 드시는 꽃차도 블렌딩 한 거예요. 장미 향에 조금 새콤한 맛이 나죠?"


단순히 어린 꽃을 따서 말리기만 하면 꽃차가 되는 게 아니다. 모든 식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독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독성을 없애기 위해 녹차처럼 덖거나, 물에 살짝 데치는 살청을 거치기도 하고, 어떤 건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것도 있다. 꽃차는 녹차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도 없기에 임산부에게 인기가 좋을뿐더러, 향긋한 내음에 반해 한 번 마셔본 사람이라면 꾸준히 주문한다.



"제가 이 동네는 누구보다 잘 소개할 수 있거든요. 공간 한쪽에 관광 안내자료도 두었죠.

동네 분들도 여행객들도 편하게 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원래 봉평장에는 느긋하게 앉아서 차 마실 공간이 없었거든요."


꽃, 차, 이효석, 사진.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 같지만, 공통으로 관통하는 정서가 존재한다. 흐드러지게 핀 봉평의 메밀꽃을 문학작품으로 만든 이효석과 작품을 만들듯 정성스럽게 꽃차를 만드는 부부. 그리고 이들이 향긋한 차 한 잔을 대접하는 카페. 봉평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