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맡기고 맛은 챙기고

장바구니 카페콩

구선아|

장을 보고 난 후에는 항상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다. 긴 시장 골목을, 꽤나 긴 시간 동안, 꽤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니 응당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들고 음식점을 찾아 나서거나, 식사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둘 곳이 마땅치 않은 짐은 무겁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다.

광명전통시장 바로 근처에 장바구니를 보관해 주는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열심히 검색한 끝에 찾아낸 ‘장바구니 카페콩’을 늦은 저녁에 방문했다.

‘장바구니 카페콩’은 전편에서 소개한 ‘뚱보냉면’에서 출발하여 시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시장과 주거지역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갈한 글씨가 인상적인 세움 칠판 옆에 위치한 문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입구 앞 벽면을 가득 채운 ‘장바구니 보관함’이 보였다. 네모 반듯한 칸마다 넣어져 있는 바구니는 모두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장바구니 보관함이라고? 지하철역도 아니고 이렇게 쾌적한 카페 안에?

그렇다. ‘장바구니 카페콩’에는 장바구니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다. 장바구니만 먼저 보관하고 나가서 식사를 하고 와도 되고, 장바구니를 맡겨두고 편하게 카페 안에서 음료를 즐겨도 된다. ‘시장’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위치한 카페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다.




카페는 전반적으로 따뜻했다. 조명도, 좌석도, 벽에 걸린 메모도, 작은 장식장에 진열된 예쁜 커피잔과 주전자도, 동네 카페에서만 볼 수 있는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나는 주문대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장바구니 카페’는 커피도, 수제청도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섣불리 메뉴를 선택할 수 없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래도 카페에 왔으니 ‘커피 맛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골랐다. 그리고 내가 ‘장바구니 카페콩’에 꼭 와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던 ‘커피콩빵’ 한 접시도 함께 주문했다.





커피콩빵은 이름 그대로 커피콩 모양의 빵이다. 물론 겉모습에 맞추어 커피맛이 난다. 모카 번과 비슷한 색과 질감의 커피콩빵은 모카 번 보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큰 대추 알 만한 크기의 빵이 가지런히 나무 접시에 올려져 나오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빵을 뒤집으면 커피콩의 배를 연상시키는 움푹 들어간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달콤한 커피 맛이 나는 커피콩 빵과 쌉싸름한 커피. 아무리 포만감이 가득해도 먹을 수 있는, 아니 먹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 맛의 조합이었다.





주문한 모든 음식을 마무리 할 쯤, 다음에 ‘장바구니 카페콩’에 들리게 되면 꼭 수제청을 먹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레몬을 먹을지, 자몽을 먹을지 아니면 딸기 청을 먹을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맛있는 고민이 시작된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구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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