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작은 서점이 있다는 것은

하나도서

조혜원|

어릴 적 하굣길에 매일 가던 분식집이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분식집 못지않게 선물로 받은 도서상품권을 들고 찾아가 책 한 권을 샀던 동네 책방이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 역시도 큰 위안이 된다.




어린 시절, 맞벌이하시던 부모님은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서점에 데려가서 <월간 TV 유치원 하나둘셋> 잡지를 사 주셨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친척들에게 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가지고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러 갔고,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문제집을 구입하기 위해 책방을 찾았다. 심지어 다 푼 문제집을 중고로 같은 곳에 되팔고는 떡볶이를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은, 대형 서점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배송해줄 뿐만 아니라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선물까지 덤으로 주니 서점에 가는 일보다 클릭 몇 번으로 책을 구매할 때가 더 많다.



서동시장 입구에 있는 하나도서는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가던 동네 책방의 모습과 많이도 닮았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장님이 책을 정리하고 있는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이내 마음이 푸근해진다.



Since 1986

서점은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부터 수험서, 인문학, 잡지까지 분야별로 잘 정돈돼 있다. 정겨운 마음이 들어 차근차근 책방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와글와글 아이들 소리가 몰려온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한 반 아이들 전체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사러 온 것이다. 조용하던 책방은 순식간에 놀이동산으로 변한다.



"쌤 저 이거 살래요! 이거 만화책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뭐 살지 모르겠어요."

"그래? 우리 민주는 뭘 좋아하는데?”




동네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사는 수업이라니! 너무 멋진 선생님과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난다. 각을 맞춰 정리해둔 서가, 구석구석 책을 읽기 편하도록 배치해둔 의자를 보니 서점 사장님은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성격인 듯하지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떠들고 책장을 어지럽히는데도 사장님은 연신 미소를 띠고 계신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책을 찾아주고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오가며 그냥 들려서 요새 무슨 책이 나왔나 구경하고

한 두 페이지라도 펼쳐 볼 수 있는 서점이 동네에 있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에요.

책 읽는 건 습관이거든요. 어릴 때 책을 안 읽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 갑자기 책을 찾진 않아요."


서류에 적힌 어떤 정책보다도 중요하고 당연한 이야기다. 대학가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사촌을 돕다가 자연스럽게 서점을 연 사장님은 평생을 책과 함께했다. 바쁜 일과 중에도 한 달에 5-6권의 책은 읽으려고 노력하는 덕에 막연히 책을 사러 온 사람에게도 척척 추천도서를 내민다.



한바탕 아이들이 휩쓸고 간 책방에는 다시 고요함이 흐른다. 사장님은 묵묵히 서가를 다시 정리하고 읽던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나도 부산에서 만난 어느 서점을 추억하기 위해 읽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던 책 한 권을 샀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2017, 부산, 하나도서”라고 짧게 적어 본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