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이야기로 가득한 계단

168계단

장인주|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평지가 아닌 곳에 있어서 말 그대로 등교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당시 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의 명칭은 100계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단의 개수를 세면 원하지 않는 대학에 진학한다던 미신 아닌 미신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하게 계단의 개수를 세보았는데, 그 이름과는 달리 100개가 넘었다. 그렇게 단련되어서일까? 처음 168계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딱히 감흥이 없었다. 도리어 왜 계단 층수가 많지도 않은데 모노레일이 놓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168계단의 가파른 경사를 마주하게 된 순간 사라졌다.



지상 건물로 따지면 6층 높이로 가파른 경사를 자랑하는 168계단은 과거 초량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계단이었다. 물이 부족하던 시절, 우물에서 물을 퍼 나르던 사람들이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길, 그리고 부산항에 도착한 물자를 받기 위해 뛰어 내려갔던 길. 168계단은 당시 초량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장소다. 계단을 오르내리다 힘이 부치면 잠시 쉬어가고, 지나가는 주민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길목. 초량 이바구길에 168계단이 포함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계단 초입 왼편에는 오래전 동네 주민들이 사용하던 우물이 있고 오른편에는 모노레일 승강장 입구가 있다. 모노레일 승강장 입구를 거쳐 2층으로 올라가면 빨갛고 귀여운 외형이 인상적인 모노레일을 만날 수 있다. 어른 대여섯 명이 타면 가득 찰 정도의 크기인 모노레일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앉을 수 있는 의자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한 눈에 보이는 항구도시의 삶"




느릿느릿 오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 전망대에서는 수평선 위를 지나는 부산항대교와 부산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일까? 초량동 언덕 위는 불꽃축제 기간에 부산을 방문한 사람들이 불꽃축제를 관람하기 좋은 명소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모노레일 운영시간은 매일 이른 7시부터 늦은 8시까지인데 축제기간에는 모노레일 운영시간을 연장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장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