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통해 지켜낸 세 겹의 시간

꿈마루

김정민|

클럽하우스에서 어린이 문화 교육관까지

‘꿈마루’는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 내 건물로, 어린이대공원의 방문자 센터이자 어린이 문화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교양관이다. 오늘날 서울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부지는 과거 조선시대 마지막 황후인 순명황후 민 씨의 능이 있던 자리였다. 오늘날 동명이 능동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골프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약 100여 년 전으로 당시 골프를 즐긴 건 일부 고위층과 일본인뿐이었다.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골프장이 없었으나, 1927년 순명황후 민 씨의 능이 이장된 뒤 같은 자리에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군자리 골프장’이 지어졌다. 일본 고위 관료와 사업가를 위한 여가 공간 조성을 위해 황실의 능까지 이장했을 정도이니, 그 안에 담긴 기구한 사연은 설명조차 어려울 정도였을 것이다.




군자리 골프장은 2차 대전 발발로 인해 폐장된 뒤 1950년 다시 복구됐으나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폐허가 됐다. 휴전 이후 이곳은 ‘서울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재건되었는데, '국내에 골프장이 없어 미군이 휴일마다 오키나와에서 골프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흘러 1973년, 이번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울 컨트리클럽은 이전과 전혀 다른 용도인 ‘어린이대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개장했다. 




나상진과 조성룡

1970년 준공 당시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활용된 꿈마루는 1973년 어린이대공원 개장 시 교양관으로 활용됐다. 이후 어린이대공원이 시설 노후화로 인한 침체를 겪자 서울시는 어린이대공원 활성화 차원에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양관의 철거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양관 건물은 사실 2010년에 전면 철거 후 신축될 예정이었지만, 건축가 조성룡이 제안한 설계안을 따라 건물의 토대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 건물이 7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이란 사실이 리모델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이라는 역사적 의의 역시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클럽하우스로 설계된 이 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개편되는 통에 설계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용도를 변경하였다. 어린이를 위한 교양관에 어울리는 겉모습을 갖추겠다는 명분에 따라 페인트를 덧칠하고 임시 합판을 덕지덕지 붙이는 등 개조가 이뤄져 건축가가 의도한 아름다움은 하나둘 사라져갔다. ‘선유도 공원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재생 건축 관련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선보인 조성룡 건축가는 “1970년대에 지어진 좋은 건축물을 당장 없애버리지 말고 올바르게 이용하다가 조금만 더 천천히 버리자”는 모토를 내세워 꿈마루 리모델링을 진행하였다.




꿈마루

리모델링은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겉치장을 걷어내는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작업에는 기존 건물의 뼈대 자체가 튼튼하고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한 만큼 덧씌운 것을 걷어내어 원래 모습을 살리자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덧댄 것을 걷어낼수록 건물은 오히려 아름다워졌는데, 특히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과 판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은 40여 년 전 설계되었음에도 굉장한 미학적 매력을 뽐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리모델링 과정의 설계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새로 필요한 시설은 기존 건물 내부에 삽입하고 중심 공간을 비우는 개조 작업을 통해 해당 공간을 외부 공간으로 변경하여 어린이대공원 전체 동선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외부공간으로 바뀐 구역은 주변 동선과 관계를 맺는 유기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꿈마루 안으로 들어설 때 방문객은 외부의 바람과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운데 유리 외벽으로 에워싸인 승강기를 따라 빛이 천장에서 아래로 흘러들어오면서 주변부로 반사되기도 한다. 




건축가는 꿈마루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세 겹의 시간을 건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첫 번째 시간은 1970년대 지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해 드러난다. 이 시간은 건물이 서울 컨트리 클럽하우스로 불렸을 시간의 흔적이다. 두 번째 시간은 3개 층을 지그재그로 연결하는 경사로와 층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승강기, 개방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상판을 일부 들어내 변형된 부분에서 엿볼 수 있다. 옛 흔적과 훼손된 부분, 다른 재료로 연결하거나 덧댄 부분 역시도 두 번째 시간에 포함된다. 이 시간은 건물이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으로 불렸을 때 만들어진 시간의 흔적이다. 끝으로 세 번째 시간은 관리 사무실과 화장실, 북카페, 외부공간이 된 통행로 바닥 등 필요에 따라 신축한 부분에 담겨 있다. 일련의 구역은 앞으로 건물이 꿈마루로 불릴 시간을 상징한다. 이처럼 꿈마루는 지난 40여 년의 시간을 건축물에 오롯이 담아 보여준다. 

특히 공간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은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조성룡은 “꿈마루를 노란 병아리색으로 칠해 아이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면서 성장해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작고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은 훼손되거나 덧대어지면서 40년을 보내왔고, 이제 후배 건축가의 재해석에 힘입어 새롭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거듭 바뀌었지만,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던 건축물. 건물을 품은 땅 역시도 굴곡진 역사를 거쳐왔다. 모진 세월을 잘 견뎌준 꿈마루에게, 오늘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한 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위치: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운영시간: 05:00 – 22:00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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