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 역사의 한 조각

천년동안도

김준민|

대학교에 입학한 후, 혜화동에서 오랜 기간 자취를 했다. 소극장 및 문화공간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덕분에 다양한 공연을 접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로 거리를 채운 수많은 공연장 중 무려 <서울 3대 재즈 클럽>이라 불리는 ‘천년동안도’는 나에게 있어 영역 밖의 공간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재즈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고, 혼자서 바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던 2015년의 어느 날, 천년동안도가 자리 잡은 건물이 철거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1996년 문을 열고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거쳐 간 천년동안도의 말로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고 초라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서울 3대 재즈 클럽 중 한 곳이 사라진 뒤에야 나는 비로소 재즈 음악을 즐겨 듣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을 때, 우연히 천년동안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올린 재즈 소개 글을 보게 되었다. 이후 종종 글을 올리던 페이지는 문을 닫은 지 1년여 만에 익선동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려왔다. 낙원상가 옆 아귀찜 골목을 지나 안내하는 간판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천년동안도에서는 그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대학로에 있던 공간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은 공간이지만 그만큼 무대와 관객 사이 거리가 가까워 공연의 현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 저녁 두 차례씩 이뤄지는 공연은 한국 재즈 1세대를 풍미하였던 거장들의 무대부터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빅밴드의 공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입장료가 별도로 있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언제 방문하더라도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의 재즈"


재즈란 장르는 매일 밤, 연주될 때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같은 악보를 두고 연주하더라도 즉흥 연주를 통해 매번 새로운 곡이 만들어지는 재즈만의 매력은 녹음된 앨범이 아닌 라이브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다. 그러한 라이브 재즈 공연을 매일 밤 들을 수 있는 천년동안도의 귀환은 무척이나 다행이면서도, 반가운 일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김준민

정리정돈에 민감한 리뷰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