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SNS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커피 맛으로 여행객을 사로잡은 봉봉방앗간이다.
이름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곳은 원래 1940년대부터 떡을 만들기 시작한 ‘문화떡공장’이었다. 하지만 구도심이었던 명주동이 쇠락하며 명주동에 위치하고 있는 방앗간 또한 자연스레 문을 닫게 되었고 10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명주동에서 폐허가 된 문화방앗간을 발견했을 때 건물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와 영상 관련 일에 종사하던 청년 넷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모여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방앗간을 새롭게 꾸며 ‘봉봉방앗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때 줄을 서서 떡을 해 갈 만큼 북적이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방치되었던 방앗간에 커피향이 스며들고, 커피향에 이끌려 방문한 사람들이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칠이 벗겨진 벽, 타일로 된 바닥, 삐걱거리는 나무문까지 옛 방앗간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시켜, 예스러운 정겨움에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도 많이들 찾으신다.
“처음에는 오히려 마을 주민분들이 더 걱정해 주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낡은 건물에 들어와 망하면 어떡하냐고”
봉봉방앗간에서는 아메리카노에 익숙하지 않을 어르신들을 위해 상황버섯차 메뉴를 따로 제공한다. 주민들은 오며 가며 인사를 하고 장사가 잘되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종종 집에서 삶은 옥수수를 가져와 나눠 주신다고 한다.
"커피맛으로 승부하는 방앗간"
봉봉방앗간이 그저 독특한 인테리어만을 갖춘 카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오산이다. 이곳은 직접 로스팅한 콩을 활용해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 결과물은 훌륭해서, 커피 맛에 반해 다시 방문하거나 원두를 직접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다. 단지 옛 방앗간을 개조한 예쁜 카페였다면 이토록 오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커피 맛과 공간 모두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봉봉방앗간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콘크리트 플랫폼’"
봉봉방앗간의 2층은 ‘콘크리트 플랫폼’이라는 전시공간이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의 작품전을 시작으로 매달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전시의 주제와 소재가 무척 다양한데, 화초 가꾸는 걸 좋아하는 명주동 어르신들의 화분을 모아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감상을 하는 ‘콘크리트 플레이’, 하우스 콘서트 ‘콘크리트 라이브’도 매달 한번씩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마을의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릉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상당수가 봉봉방앗간을 거쳐 가고 있다. 마을의 사랑방이자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봉봉방앗간은 지나온 시간에 또 새로운 추억을 켜켜이 쌓는 중이다. 과거의 방앗간이 시간을 달려 새로운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듯이,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당신에게도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