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안경

로코안경공방

이지현|


문래동의 골목 곳곳에서는 보물찾기를 하듯이 드문드문 다양한 공방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안경’을 형상화한 네온사인이 인상적인 공방 앞에서는 누구나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살펴보기 바쁘다. ‘로코안경공방’은 자신이 제작하고 싶은 디자인의 안경테나 선글라스를 직접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로코안경공방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 421

로코안경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허우석 대표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끼리 뭉쳐서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모습에서 무언가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문래동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문래동 일대에 다양한 형태의 작업실이 많다 보니 공방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11월에 들어왔으니 이제 2년 정도 됐다.


로코안경공방은 문래점 이외에도 화랑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 문래점은 저와 제 친구, 친구의 와이프 이렇게 셋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화랑대점도 세 분이 함께 운영 중인데, 저희 6명 모두가 안경에 관련된 업무 경험이 있다.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해서 만든 브랜드가 바로 ‘로코’이다. 3~4년전 전쯤 지인 주택의 지하작업실에서 시작했던 것이 로코 화랑대점의 시작이었고, 이후 점점 확장되다 보니 또 다른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문래동 공방까지 함께 운영하게 됐다.



수제 안경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안경원에서 일했을 때, 항상 똑같은 모양의 안경을 파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가 안경에 애착이 많은데, 특히 나는 모양이 특이하거나 공정이 특이한 것은 빼놓지 않고 수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특한 안경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기술을 배워 안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경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세테이트(일반적으로 뿔테안경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고가의 재질) 재질로 안경을 제작하는 곳이 더이상 없다. 작업 공정이 복잡하고 사람 손을 많이 타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방식(사출형식)의 값 싼 TR테로 전부 바뀌었다. 

그렇지만 저희의 공방에서는 테를 직접 손으로 깎고 있다. 물론 기계로 깎는 방식도 있지만, 안경을 한 두 장 만드는 과정은 손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기계는 세팅하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손으로 직접 만들 경우 안경 하나당 순수 작업 시간만을 계산했을 때 9시간~10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수제안경’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클래스를 진행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

그렇다.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제작하지만, 직접 만들어보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편히 오셔서 만들어볼 수 있다. 원하는 이미지대로 우리가 도안을 만들고 그대로 안경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장소는 문래점과 화랑대점 둘 중에서 오시기 편한 쪽으로 우리가 안내를 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무 때나 오셔도 괜찮다. 보통 11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쯤 닫지만, 직장인들도 퇴근 후 올 수 있도록 미리 말하면 10시~11시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원데이 클래스와 일반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원데이 클래스는 점차로 줄여가려고 한다. 원데이 클래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디자인과 색상을 결정하시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정해놓은 재료를 가지고 모양대로 깎으면 저희가 마감처리 후 보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반면 일반교육과정은 색상선택부터 시작해서 마감까지 제작과정의 전체를 직접 해보는 과정이고. 가격차이가 조금 있는데(일반 교육 23만원 정도) 대부분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까지 반영하여 직접 만드는 것을 선호하더라.




일반적인 안경과 비교했을 때 손님들이 수제 안경의 가격대를 조금 부담스러워 하진 않나.

안경을 많이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하우스브랜드(*안경 전문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안경을 하나 산다고 하면 가격대가 보통 3~40만 원은 한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저희 공방의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어필할 수 있고, 본인이 정확히 원하는 스타일의 안경을 제작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한다.


" 그저 즐기려고 하는 일입니다. "


직접 안경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사람들이 많이 흥미로워 하는 것 같다.

입소문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손님이 늘긴 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작업 사진을 올리는 정도 외에는 특별히 홍보를 하진 않는다. 우리는 그저 즐기려고 하는 일이니까. 안경사, 안경 영업, 안경 브랜드 직원 등 각자 본업은 별도로 있다. 손님이 더 많아지면 본업을 접고 이 일에 더 집중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다들 집착하거나 욕심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문래동은 오래 전부터 철공소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유명하잖아요. 이곳에 입점하고 나서 직접 보고 느끼는 문래동은 어떤가?

우리는 바깥에 달린 철제 간판을 포함해서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주위 철공소에 의뢰하면 간단한 안경 제작 장비 정도는 쉽게 만들어주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인 셈이다. 그리고 문래동에는 예술가나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 디자인 면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는 장점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문래동만의 분위기도 참 좋고. 홍대 같이 북적이는 도심에 비해서 유동인구가 적당하니 조용하다.


로코안경공방에 앞으로 찾아올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공방’이다 보니 남성분들은 많이 찾아오시는 반면, 작업하는 걸 어렵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성분들은 쉽게 찾아오지 못하시는 것 같다. 나는 장신구 공방처럼 여성분들도 많이 오셔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될 줄 알았다. (웃음)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서 여성분들도 한 번 오시면 무척 쉽게 하고 간다. 오히려 꼼꼼하고 섬세하게 잘 하는 편이다. 



고등학생부터 아저씨, 아주머니분들까지 공방을 찾아오시는 회원분들의 나이대도 정말 다양하다. 한 번 공방에 오시고 나면 대부분 두 세 번씩 또 만들러 오더라. 처음에는 간단하고 무난한 기본 타입의 안경을 만들려고 하시다가, 다른 손님이 특이한 안경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본인도 독특한 안경을 만들고 싶어지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 만든 것보다는 여러 번 만들어 보면서 훨씬 더 퀄리티 있게 잘 만들 수 있다. 자주 방문하면서 친해지고 그러다가 부담없이 여기서 직접 밥도 함께 만들어 먹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여기는 사실 그런 공간이다.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허우석 대표는 회원들이 직접 만든 수제안경들을 보여주며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였다.


“같은 블랙 안경이라고 해도 만드는 사람 각각의 개성이 담기기 마련이라 각양각색의 안경스타일이 만들어져요.” 


그 말에 문득 문래동에 모여 살고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모양새의 안경들처럼 오랜 세월 동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빚어온,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