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만드는 모습을 취재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이장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하시며 몇 시에 방문하겠냐고 물으신다. 몇 시부터 작업하시냐고 반문하니 당번은 전날 밤 10시부터 와서 준비하고, 다 같이 모여 본격적으로 떡을 만들기 시작하는 건 새벽 3시부터라는 놀라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 네……? 떡을 새벽 3시부터 만들어요……? "
결국, 나는 자정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지런히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송천마을의 하루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보다 빠르게 시작한다. 아침 첫차로 떡을 보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마을 전체가 고요한데 마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작업장만 분주하다. 하나둘 모여든 주민들은 위생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은 술잔을 하나씩 손에 든 채 자리에 앉는다.
칠판에 적혀 있는 주문량을 확인한 어머님들은 떡 반죽을 하나씩 받아 들고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펴기 시작한다. 미리 빚어 놓은 팥소를 듬성듬성 놓고 작은 술잔으로 반죽을 꾹꾹 누르면 바람떡(개피떡)이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떡은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 기름을 묻히고, 팩에 나눠 담는다.
바람떡을 만드는 작업이 순식간에 끝나서 뒤를 돌아보니 다른 떡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반죽을 쭉쭉 밀고 콩고물을 묻혀 잘라내면 이번에는 세 종류의 인절미가 뚝딱 만들어진다. 어머님들의 빠른 손놀림과 별다른 말없이도 연결되는 분업 덕에 세세한 과정을 사진에 담는 것조차 벅찼다.
" 아휴~ 그럼 우리가 이걸 다들 3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손이 빠를 수밖에 없지. "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신 10명의 어머니는 빛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떡을 만들고 상자에 담아 포장한 후, 무게를 달아 확인하고 택배 트럭에 실어 보내셨다. 이처럼 복잡하고 수고스러운 과정에 든 시간은 불과 2시간이다.
" 당번들이 밤에 와서 밑 작업을 다 해 놓으니까 작업자들은 와서 떡만 빚으면 되고, 그래서 빨리 끝나. "
작업장에서는 순번을 정하여 3명씩 당번을 선다. 당번은 전날 밤 오후 9시~10시경에 미리 와서 새벽에 떡을 빚기 위한 밑 작업을 준비한다. 쌀을 찌고, 인절미 고물을 준비해둔 다음 식혜를 담근다. 찰뭉생이, 시루떡, 약식, 쑥버무리를 만드는 것 또한 당번의 몫이다.
고속버스 택배, 마을 판매장, 일반 택배를 통해 떡을 보내고 나면 아침 6~7시가 된다. 전날 밤 10시에 왔던 당번들은 오후 4시까지 작업장에 남아 또 다른 밑 작업을 하고, 마을 입구 판매장에서도 매일 2명씩 돌아가며 떡을 판매한다. 그뿐만 아니라 양양읍 내 오일장에도 매번 2명씩 나가서 떡을 판다고 하니 도대체 어머님들은 잠자는 시간이 있긴 한 걸까 궁금해진다.
" 당번들은 여기 10시까지 오려면 초저녁에 자야지. 당번 아닌 사람들도 새벽에 와야 하니까 늦어도 10시면 자야 돼.
힘들긴 해도 옛날에 저기 오색약수에 떡을 지고 가서 팔았던 때보다는 훨~씬 좋아. "
그래서 송천떡마을의 저녁은 고요하다. 요맘때가 명절 대목이 지나서 비교적 한가한 때라고 하셨지만, 대추를 잘라서 다듬고 팥을 삶아서 속을 만들어 두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속 재료 준비부터 떡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까지 송천떡마을의 일과는 새벽에 시작하여 오후에 모두 마무리된다. 송천떡마을의 시간은 떡과 함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