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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강필호|

오징어잡이와 명태잡이로 명성이 높던 옛 명주군 묵호읍, 산촌과 어촌을 연계하는 큰 규모의 오일장이 들어서던 삼척군 북평읍을 통합해 1980년 동해시가 출범했다. 그 과정에서 두 곳의 거점을 잇는 중간 지점에 새로운 도심 ‘천곡동(泉谷洞)’이 조성되었다. 한편 삼화동 일대는 석회석지대란 지질적 특성을 살려 시멘트공업 기지로서 제 역할을 다해왔다. 이 네 권역을 살펴보는 것은 항구 도시이자 공업 도시이며 상업 거점인 동시에 신도시인 동해시의 복합적 면모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一洞 묵호: 항구 

논골담길, 묵호항, 동쪽바다중앙시장, 대우칼국수


옛 강릉군의 최남단 지역인 묵호 일대는 본래 명태잡이와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어항이었으나, 1930년대부터는 삼척 등지에서 채굴된 무연탄을 반출하는 무역항을 겸하게 되었다. 이 시기 일확천금을 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선원과 항만 노동자들이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집을 지은 뒤 마을을 이뤘다. 그 영향으로 발한동 일대가 지역 중심 상권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1980년대 동해시에 속한 이후로는 천곡동 신시가지 개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시행에 따른 무연탄 물동량 급감, 환경 변화 및 어업 인구 감소로 인한 어획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묵호항을 거점으로 삼는 묵호동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한 편이다.


일단 울릉도를 왕래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려는 관광객이 꾸준하게 방문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공 예술을 접목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논골담길이 명소로 떠올랐다. 그뿐 아니라 묵호등대, 삼본아파트 등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명소로 새롭게 주목받는 추세다.



 二 洞 북평: 전통시장 & 공단

북평오일장, 동부사택, 추암해변, 북평국가산업단지



강원도 남동부 지역에서는 3・8일장인 북평장, 2・7일장인 삼척장과 정선장, 4・9일장인 도계장, 5・0일장인 태백 통리장이 하나의 오일장 생활권◼을 형성한다. 그중에서도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북평장은 생활권 전체를 대표하는 거점 장터다.


강원도 동해안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7번 국도, 정선군과 동해시를 잇는 42번 국도, 태백시와 동해시를 연결한 38번 국도는 북평에서 하나로 모인다. 모두 국도 부설 이전부터 산간 지역과 해안 지역을 이어온 경로다. 또한 영동 지역의 핵심 물류 수송망인 삼척선 철도와 영동선 철도 역시 이 지역을 관통한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은 해안과 산지를 잇는 교통 중심지다.


이런 입지 특성은 북평 지역이 산업단지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먼저 동해시, 태백시, 정선군 일대에서 채굴된 석탄과 시멘트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동해항이 건설되었다. 뒤이어 영동 지방의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에서 북평국가산업단지도 조성되었다. 그 결과 현재 북평 일대 라이프스타일에는 공단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 오일장 생활권 : 전통 오일장은 광역 생활권 내 주요 상업 중심지에서 일자를 달리하여 순환적으로 열리는 특징을 보인다. 장터에 참여하는 상인 중 상당수가 일정에 따라 각 장터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물건을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산촌에서 수확된 약초와 목재 등은 해안 지역으로 유통되고, 반대로 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어패류와 해조류는 산촌 지역으로 옮겨진다. 



三 洞 천곡: 시가지 

천곡황금박쥐동굴, 감추해변, 한섬해변, 평릉공원


천곡동은 동해시 출범 과정에서 북부 지역의 주요 시가지인 묵호와 남쪽의 중심지인 북평의 중간 지점에 새롭게 개발된 시가지다.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변변한 부락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산을 깎고 하천을 복개하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시청이나 경찰서 등의 주요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문화시설까지 집중된 중심지로 거듭났다.


개발 과정에서 1991년에 우연히 천곡황금박쥐동굴이 발견되었다. 삼척시와 동해시는 석회암이 많아 카르스트(karst) 지형의 특성을 보인다. 동굴 주변 녹지에는 돌리네(doline) 지형을 살린 공원이 조성되어 생태 체험 학습장으로도 각광받는다.


최근 아파트 대단지 기반의 북삼동이 신시가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지만, 영화관, 문화예술회관, 대형마트 등이 밀집한 천곡동은 대체 불가한 지위를 가진다. 여기에 더해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해군 1함대 장병을 비롯해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외지인으로 인해 다른 동네보다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다.



 四 洞 삼화: 시멘트공업 & 자연 명소 

쌍용양회 동해공장, 무릉계곡, 비천을 담다


1969년 동해시 삼화동(옛 삼척군 북평읍 삼화리)에 쌍용양회 동해공장이 들어섰다. 하루 3,000t에 이르는 시멘트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 덕분에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필요한 시멘트를 자급할 수 있었다.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른 건설 경기 호황에 힘입어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멘트공장 노동자들이 정착한 삼화동 주변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삼화동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우선 동해시 출범과 함께 시가지 개발이 이뤄지자 많은 노동자가 쾌적한 생활 여건을 좇아 시내로 이주했고, IMF 외환 위기에 따라 관련 기업의 구조 조정이 진행되었으며, 세계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시멘트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지역 산업의 대부분을 주도하던 시멘트공업 역시 침체를 겪었다. 비록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 초등학교 재학생 수는 과거에 비해 급감했고 삼화시장에서 상시 영업하는 점포 수도 크게 줄었다.


그렇기에 지역의 미래는 오랜 기간 수려한 절경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무릉계곡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암반과 기암괴석, 낙차 큰 폭포가 조화를 이루는 이 계곡을 찾는 발걸음은 지금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원 1》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에디터

강필호

stopkang108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