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의 문화를 만나다

도어북스(Doorbooks)

강필호, 진혜란|


원도심, 구도심이라는 용어는 일견 '낡고 오래된 무언가'를 떠오르게 한다. 특이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유서 깊은 근대의 건물에 대해서는 '느낌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불과 몇십년 내에 지어진 과거의 건물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시선을 갖는다는 것이다. 허름한 건물과 장년층 이상이 향유할만한 점포들이 가득한 도시 구역, 대전 중구 대흥동을 바라볼 때 그러한 시선의 일부는 옳고 일부는 그르다.

분명 대흥동에 위치한 상당수의 건물에는 층과 층을 이어주는 오래된 계단의 중간에 1.5층 정도에 해당하는 공간이 설계된, 수십년의 세월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 그러나 '오래된'이라는 수식어가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대흥동 내에서도 테미로 일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 시대의 ‘테 모양으로 둥글게 축조한 산성’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유래한 '테미'라는 명칭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입 안에서 남는 어감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도심 속 야트막한 산을 둘러싼 동네는 단독주택 위주의 거주지역이면서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중앙로역과는 조금 떨어진 이곳에 뜬금없이 오래된 건물 미용실 옆에 자리잡은 책방, 도어북스는 누군가의 예상을 벗어난 그런 독립출판물 책방이었다.





1. 도어북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도어북스는 2014년에 문을 연 작은 책방입니다. 독립출판물, 자가출판물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책을 판매하는 일 외에도 소규모 전시나 워크샵, 세미나도 진행해요. 다양한 문화 기획 관련해서는 제가 직접 초청을 하기도 하고 기획을 할 때도 있습니다. 몇 년 전의 저는 출판회사에서 편집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2~30대 젊은 청년들이 대전 지역 내에서 문화 기획을 통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 친구들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창작과 기획을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2. 도어북스가 대전 원도심에 자리를 잡으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원도심에서 책방을 열고 싶었습니다. 원도심은 오래된 곳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들이 쌓여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이 책방을 통해 새로운 기억들을 겹겹이 쌓고 싶었어요. 원도심의 오래된 길, 인정 넘치는 사람들, 따뜻한 공간 등 사람 냄새 나는 원도심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3. 도어북스가 생각하는 독립출판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근 눈 여겨 보고 계신 독립출판물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립출판물의 의미는 ‘사소한 특별함’입니다. 물론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독립출판물도 있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독립출판물이 많죠. 간혹 어떤 책들은 저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 있기도 해요. 누군가로 하여금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도록 한다는 것 자체로 앞서 말한 사소한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추천하고 싶은 신선한 출판물은 대안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참 좋은 낭만>이라는 비정기 간행물입니다. 낭만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숲 속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야기였어요. 대단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항상 중요하게 여기는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4. 도어북스가 바라는 대전 원도심의 모습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우러졌으면 합니다. 그건, 신도심과 원도심의 어울림일 수도 있고 원도심 안에서의 어울림이기도 해요.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대전 원도심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5. 마지막으로 도어북스의 목표 혹은 지향점을 들어보면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작은 바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공간이 주로 인터넷이나 SNS에요.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솔직한 듯이 이야기하지만 철저히 가면을 쓰고 있죠. 물론 그게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도어북스에서 만큼은 아주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위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어북스


화요일~토요일 1PM~8PM 일요일 10AM~6PM http://www.doorbooks.net



에디터

강필호

경직된 사고 방식을 물흐르듯 피하는 그 남자

진혜란

연기를 합니다, 종종 글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