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큐레이션

버려진 공간에서
문화공간으로

공간재생 문화공간

오늘날 문화공간은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다. 전시, 퍼포먼스, 강연, 워크숍, 장터 등.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공간의 기능은 시시각각 변모한다. 특히 깔끔하게 단장한 시설 대신 오래되어 허름한 공간을 재사용하는 몇몇 공간을 통해 ‘공간재생’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버려지거나 낡은 공간이 지닌 옛 흔적은 오히려 고유한 매력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 공간의 쇠락을 넘어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네 곳을 알아보았다. 

01

돌창고

돌창고는 남해 삼동면 영지리 마을 사람들이 쌀과 비료를 보관해 두던 공간이다. 남해대교가 생기기 전까지 섬이었던 지리적 특성상 육지보다 쌀과 비료가 굉장히 귀했기 때문에 자연석을 단단히 쌓아 올려 만든 창고다. 언젠가부터 버려진 채 방치되었던 공간은 기획자 최승용을 만나면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는 건물이 지닌 견고한 아름다움과 긴 세월 동안 공간에 쌓인 지역의 이야기에 반했고, 결국 남해에 내려와 1년간 리모델링도 없이 사용하며 공간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후 돌창고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한 돌창고는 현재 전시공간이자, 돌장(지역 프리마켓)이 열리는 구심점이며, 인문학 강좌·음악 공연·독립영화 상영이 열리는 축제의 장으로 기능한다. 돌창고를 통해 남해의 오래된 기억을 보존하고, 오늘날 문화공간으로써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돌창고프로젝트가 남해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방식이다.

*상세주소: 남해군 삼동면 영지리 1197-8

더 알아보기

02

탈영역 우정국

프로젝트 그룹 ‘리니어 콜렉티브’는 우체국 통폐합 정책으로 유휴공간으로 남았던 구 창전동 우체국을 주목받는 대안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던 장소성을 그대로 살려 우체국의 옛말인 ‘우정국’을 공간의 이름으로 삼고, 탈 장르와 영역의 규정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영역’을 덧붙여 공간의 새로운 정체성을 완성했다. 탈영역 우정국은 이름 그대로 한 영역을 넘어 다양한 예술(영상, 회화, 설치, 디자인, 실험 사운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서로 다른 문화콘텐츠들이 형식의 구분 없이 한데 뒤섞이며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경험이 가능해진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시도들은 이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상세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20길 42 

탈영역 우정국 공식 홈페이지

03

동대문 옥상낙원 DRP

세련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인근의 허름한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B동. 이곳 옥상에 ‘동대문 옥상낙원(Dongdaemun Rooftop Paradise)’이 있다. 루프탑 공간인 DRP는 파티룸과 전시장일 뿐만 아니라 텃밭과 양봉장이기도 하다. 두 평 점포에도 월세가 500만 원에 육박하는 동대문에서, 옥상은 소유주 없이 30만 원 월세에 동대문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알짜배기 공간이었다. 낙원 예술가 3인방은 옥상에 쌓여 있던 쓰레기 25t을 재미있게 해결하고, 깨끗하게 비워진 옥상에 모래를 잔뜩 깔고 욕조를 가져와 즐긴 ‘옥상 비치 클럽’ 등의 유쾌한 놀이를 연일 벌인다. 또한 단순한 놀이에 그치지 않고, 동대문의 인적, 기술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 내 기술자들이 새로운 역량을 펼치도록 독려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옥상은 어느덧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낙원이 되었다.

*상세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1동 청계천로 307 

인터뷰 보기

04

잇다스페이스

인천 경동사거리와 배다리 사이, 싸리재 고갯길 귀퉁이 골목에 자리한 붉은 벽돌 건물. 1930년대 즈음 소금 창고로 처음 문을 연 이곳이 지금의 ‘잇다스페이스’가 되기까지 공간은 변화무쌍한 세월을 보냈다. 몇 번의 변화를 거치고 오랜 시간 책방 '동양서림'으로 쓰였으나 2000년에 책방이 떠나자 죽은 공간이 되었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 목재를 다룰만한 크기의 작업실을 찾던 목조 작가 정희석은 먼지 구덩이 속에서도 벽을 따라 자라고 있던 오동나무에 끌려 이곳에 작업실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방법은 남아있던 ‘시간의 증거’를 모두 보존한 채 공간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것. 열린 공간을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그림이나 목공예 전시회는 물론이고 다양한 창작자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워크샵이 열린다. 다시금 생명력을 지닌 붉은 벽돌 건물은 묵묵히 사람과 나무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다.

*상세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참외전로 172-41

더 알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큐레이션 추천

큐레이션 전체 보기 +

큐레이션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