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대다수는 우리가 권하지 않아도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보인다. 낯선 문화를 향한 설렘과 한류에 대한 호기심 속에 서울을 찾은 이들은 북촌이나 경복궁 같은 랜드마크로 향한다. 하지만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치마와 깡똥한 두루마기를 입은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카메라와 휴대폰을 치켜든 채 부산히 움직이는 북촌의 모습은 고즈넉한 풍경을 기대한 외국인에겐 조금 수선스럽다. 복작이는 북촌에서 버스로 삼십 분 거리인 성북동은 이와 사뭇 다르다. 고급스러운 저택과 정갈한 한옥, 서민의 조그만 집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이 동네는 옛 시간의 흔적과 근현대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밥알을 끈끈히 묶어주는 고추장처럼, 눌러 비빈 듯 진득하게 스민 아름다움이 있는 성북동. 먼 나라에서 건너온 친구와 함께 '한국 알아가기'를 할 수 있는 성북동 여행 코스를 제안한다.
01
밥짓고티우림
이름 그대로 밥을 짓고 차(tea)를 우려주는 공간. 오래된 한옥 마당 한가운데 놓인 노래방 미러볼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국인 입맛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든든한 보쌈 정식과 향긋함이 가득한 연잎밥 장아찌 정식이 각각 1만 원. 입맛 돋우는 죽으로 시작해 오색나물 전채와 담백한 본식까지 맛볼 수 있다. 훌륭한 한정식집이 많기로 소문난 성북동에서도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곳.
*운영시간 : 월-토 12:00~22:00 (15~17:30 브레이크타임)
*상세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2길 15
02
수연산방
'호동왕자'와 '황진이'를 집필한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을 쓰고 있는 찻집. 영화 <하녀> 중 배우 전도연이 낙태를 위해 찾은 음침한 한약방으로 묘사되었으나, 실제로는 머리를 가지런히 쪽진 여인이 가야금을 퉁길 것만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옛 정취가 그윽한 한옥 공간에서 정성껏 내린 차와 전통 다과를 함께 누릴 수 있어서 성북동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아담하면서도 잘 꾸며진 정원과 대청마루가 포인트.
*운영시간 : 화-토 11:30~22:00
*상세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26길 8
03
한국가구박물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당시 각국 영부인들의 방문으로 주목을 받은 '한국가구박물관'. 이후 배우 브래드 피트와 콜린 퍼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도 연달아 찾으면서 외국인 여행객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고. 개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단층 한옥과 지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고, 전통미를 담은 고(古) 가구들 500여 점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은 사전예약제이며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 투어'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어 해설의 경우 하루 4회 가능하다.
*운영시간 : 월-토 사전예약 필요
*상세주소 : 서울시 성북구 대사관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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