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큐레이션

여기서 목욕하시면 안 됩니다

공간재생 문화공간

오래된 목욕탕의 변신 : 여기서 목욕하시면 안 됩니다.

입김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묵직한 겨울옷도 주머니 속 핫팩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삼한사온도 이제 옛말인 듯하다. 이토록 추워지면 생각나는 것 중엔 늘 '대중탕'이 있다. 열탕에 들어가 몸을 후끈하게 덥히고, 김이 폴폴 나는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은 뒤 마시던 바나나 우유의 달콤시원한 추억. 동네 가장 후미지고 복잡한 골목에서도 우뚝 솟아 등대처럼 방향을 알려주던 대중탕 굴뚝은 모두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이웃들이 모여 깔깔대는 만남의 장이자 피로를 푸는 안식처였던 대중탕은 욕조가 설치된 신식 욕실이 집마다 들어서고 대형화, 고급화된 찜질방이 밀려드는 틈에 어느샌가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그 존재를 추억하듯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새로운 용도를 부여한 공간들이 도시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01

서울 계동 온천탕,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스토어

50여 년간 계동 주민들의 묵은 때를 받아내고 사랑방 노릇을 했던 중앙탕은 2014년, 운영 사정상 문을 닫았다. 이후 그 자리에 안경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며 역사적 공간이 상업 공간으로 바뀌는 데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2016년 베일을 벗은 젠틀몬스터의 쇼룸 'BATHHOUSE'는 그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공간의 기존 특성에 부합하는 리모델링으로 유명한 젠틀몬스터답게 목욕탕 간판과 탕의 물을 데우기 위해 사용된 보일러, 사우나실 등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구석구석 새로운 요소들을 넣었다. 이렇듯 '창조된 보존'을 재현한 덕에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 마음마저 사로잡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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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군산 영화탕, 이당미술관

1969년 군산 영화동에 들어선 '영화장'은 내항을 오가는 외국 선원들의 여관 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씻겨주는 목욕탕으로서 반백 년을 보냈다. 목욕탕은 더 운영되지 않지만, 대신 이 공간은 군산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문화공간 '이당미술관'으로 재탄생해 지역에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넓은 목욕탕은 미술관으로, 여관 시설은 근대문화역사지구를 관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물 옥상은 영화동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자 무대로 개조되었다. 그대로 유지된 외관과 고스란히 남아있는 흰 타일 벽 등이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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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제주 서귀포 온천탕, 갤러리

한 가족이 모여 살며 40년간 운영하던 제주의 어느 동네 목욕탕이 갤러리로 거듭났다. 주인장 할머니의 작고 후 영업이 잠정중단되었던 이곳의 문을 다시 연 이는 다름 아닌 손자 박재완 씨. 어릴 적부터 조모를 도와 목욕탕을 드나들었던 그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고, 마침 제주에서 활동하는 '김승환' 작가를 만나면서 갤러리로서 포문을 여는 전시 <두 개의 달> 전을 기획했다. 탕에 얽힌 이야기와 따뜻한 순간을 문화로 풀어내겠다는 온천탕의 앞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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