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큐레이션

친근한 도시에
'낯선 상상'을 더하다

아티스트 권인경

<순간의 지속> 70 x 140cm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채색 2010

도시는 지극히 익숙하고 편리한 생활 공간이지만, 한편으론 보이지 않는 무수한 경쟁들이 도사리고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 현란해지는 야경처럼 도시 풍경을 이루는 요소에는 양면성, 아니 복잡다단성이 존재한다. 권인경은 도시의 이러한 성질을 잘 이해하는 작가다. 그는 도시의 가시적인 모습을 그리기보다 이면에 감춰진 입체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기억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시를 재편집한다. 그래서 권인경이 그리는 도시는 분명 일상의 따스하고 친근한 풍경이면서도 굉장히 낯설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시를 관조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01

도시-공존

<도시-공존> 134 x 166cm 한지에 고서 콜라주, 수묵채색 2005

가족의 관심이 아픈 동생에게 집중되었던 어린 시절. 사람 간 관계보다 공간이나 물건을 통해 많은 감정을 경험한 작가는 추억을 되살리는 ‘장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30년 넘게 산 대치동의 낡은 아파트같이 실제로 경험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작업 소재로 삼지만, 단순히 개인적 감상이나 정형화적인 풍경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 도시를 관조하는 태도를 지닌다. 그렇게 권인경만의 시선이 담긴 도시는 시공간의 동시성이 뒤섞인 한 편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02

경계의 바깥

<경계의 바깥> 96 x 130cm 한지에 고서 콜라주, 수묵채색 2013

권인경의 작품에는 좀처럼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해당 공간이 어떤 특정인만이 전유하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또한, 작가는 소파, 의자, 화분 등의 오브제 선정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장소에 대한 기억과 시간의 혼재를 극대화한다. 지각변동으로 해체된 풍경과 같은 장면들은 보는 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작품 속 도시를 산책하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03

상상된 기억들

<상상된 기억들 1> 125 x 187cm 한지에 수묵 콜라주, 아크릴 2015

“우리는 공간의 상상적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집을 찾으려 한다.” 
– 작가 노트 중

삶의 흔적은 알게 모르게 ‘장소’에 스며든다. 따라서 장소는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며 때로는 위로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행복한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간간이 떠올리며 현실의 고단함을 이겨내듯, 작가 역시 그렇다. 권인경에게 작업이란 개인적 감정을 예술로 해소하고 승화해내는 과정이며,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을 찾아 헤매는 긴 여정이기도 하다.  

권인경 작가 블로그에서 그의 다양한 작품 외 전시 활동 소식을 만나볼 수 있다. 고서 콜라주 기법과 아크릴 물감으로 한국화의 새 지평을 펼쳐나가는 그가 궁금하다면?
더 알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큐레이션 추천

큐레이션 전체 보기 +

큐레이션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