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 밥을 먹어야 할 때 주로 애용하는 어플이 있다. 신촌에서 밥을 먹어야 했던 그 날도 어김없이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추천 장소로 제시된 ‘미분당’이라는 쌀국수집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옆에 있던 연세대학교 학생인 친구에게 이곳에 대해 물어보니 “아…… 거기 맛있긴 한데 떠들면 안돼.”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떠들면 안되는 음식점이라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얼마나 맛있길래 대화를 포기하고도 사람들이 찾아갈까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간판이 화려하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 미분당은 섣부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혼쭐이 날 수 있다.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최첨단스럽게 느껴지는 기계를 이용해 주문을 먼저 한 후, 웨이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신형 주문방식에 놀란 마음이 진정되기도 전에 일본의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내관에 또 한번 놀랐다. 자리에 앉으면 옆 사람에게 말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하기를 부탁하는 글귀가 눈에 띈다. 주위를 둘러보면 조용하게, 어쩌면 조금 비장한 표정으로 쌀국수를 음미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묘하고도 재미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쌀국수는 베트남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지만 생각보다 그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쌀국수는 100여년 전인 19세기 말, 베트남의 남딘 공장에서 일을 끝낸 노동자들이 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었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쌀국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형되면서 지금은 국내에서도 대중화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수향이 팍팍 느껴지는 원형에 가까운 쌀국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쌀국수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미분당의 쌀국수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대중적인 맛과 오리지널의 딱 중간 정도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쌀국수의 맛이 익숙하다면 미분당 쌀국수 그대로를 맛보면 될 것이고, 고수향이 듬뿍 배어있는 쌀국수를 좋아한다면 고수를 듬뿍 넣어달라고 주문하면 될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식당"
개인적으로 ‘음식’이란 함께 먹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가 정형적인 인사말로 통용되고 있듯이, 많은 이들이 어색한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거나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밥 한 끼를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식당에서 음식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대화를 금지하고 있는 미분당에서는 먹는이가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게 된다. 소중한 한 끼를 먹는 시간을 온전히 음식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음식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미분당에서의 시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