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움이 세련된 감각으로 인식되는 과정

커피 한약방

김준민|


한옥 카페라는 컨셉을 내세운 공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한옥 카페 중 대부분은 겉모습만 한옥의 모습을 취하고, 실내는 굉장히 현대적으로 꾸민 경우가 많다. 을지로2가 사거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건물들의 뒤편, 사람이 가까스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골목길 중간에는 커피 한약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앞서 언급한 여느 한옥 카페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준다.


"저희는 한약조제는 모릅니다"


간판의 센스 있는 문구가 눈을 사로잡지만, 실내는 그보다 몇 배 더 인상적이다. 어느덧 문을 연 지 3년이 다되어가는 커피 한약방은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공간 내부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 소품과 가구들이다. 빈티지를 수집하던 강윤석 대표가 상하이와 베트남, 유럽 등지에서 공수해온 근현대 빈티지 소품과 가구를 곳곳에 배치하여 놓았기 때문인지, 이 공간에 있으면 마치 개화기의 모던보이, 모던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한 카운터와 별관 2층 벽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개장은 앤티크한 공간의 느낌과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한약방에서나 볼 수 있던 약재함,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자개 창틀, 천장의 조명과 음료 버리는 함, 쓰레기통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판매하고 있는 커피의 맛 또한 굉장히 훌륭하다. 커피 한약방에서는 에스프레소를 활용한 커피류보다는 필터 커피가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보통 핸드드립 커피라고 불리는 필터 커피를 일반 블렌드와 스페셜티로 구분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가격대가 4,000원을 넘지 않게 합리적으로 책정되어 있다.

커피 한약방에서는 필요에 따라 직접 소량의 원두를 볶기도 하는데, 독특하게도 숯불을 사용한 직화 로스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숯불을 활용하기 때문인지 일반적인 커피에 비해서 더욱 구수한 향과 맛이 느껴졌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LP레코드로 듣는 클래식 음악과 올드 팝송은 근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당시의 화려한 면모를 떠올릴 수 있는 연배의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동상이몽으로 각자만의 만족감을 쫓는다. 커피 한약방이 지닌 공간적 가치는 특정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더욱 빛난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김준민

정리정돈에 민감한 리뷰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