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최가커피

양혜은|


조씨네 고기국수를 먹고 최가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건대생의 일갈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최가커피를 방문했다. 최가커피는 건대입구 먹자골목에서 1호점, 자양동 시장골목에서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어, 매일 방문하는 듯한 2호점에 들렸다. 시끌벅적한 시장 거리에 은은한 커피 향을 더해줘서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곳이기도 하다.



커피는 원두 상태, 로스팅 방식, 온도와 습도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는 까다로운 음료다. 자연스레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바리스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맛으로 소문난 최가커피만의 음료 완성도는 20년 넘게 호텔리어 생활을 한 최임원 대표의 몸에 밴 정확성에서 비롯된다. 직접 생두를 고른 후 로스팅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그는 한 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자세로 한결같은 손맛을 보여준다.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마중물로 부풀어 오르는 원두를 바라보며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다. 신맛이 적고 고소한 맛을 원했던 나의 요청에 따라 그는 브라질 원두를 추천했고, 이윽고 핸드 드립 커피가 예쁜 잔에 담겼다. 커피는 맛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향도 고소하여 나는 나뭇잎이 새겨진 잔에 코를 박으며 계속해서 향을 음미했다.

파우더가 아닌 생고구마를 활용하여 제조하는 고구마 라떼는 수저로 떠먹어도 될 만큼 진득한 식감을 자랑하고, 호텔식 레시피가 그대로 적용된 와플은 부드러웠다. 적당히 달아서 먹기 좋은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으니 기분 좋은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다. 이외에도 다양한 커피와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어 최가커피만의 맛을 전부 정복해보고야 말겠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다.



커피잔만큼이나 소중한 인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최가커피에는 어느새 조곤조곤 말소리가 퍼진다. 맛있는 커피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대표님의 신념처럼 손님들의 입가에는 넉넉한 미소가 걸려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니 마시는 사람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구하기 어려운 원두를 직접 공수해오고 로스팅 방식을 조금씩 바꾸면서 세심하게 맛을 연구하는 최가의 고집은 커피 한 잔에 정성을 가득 담는다. 또한, 최임원 대표는 품질 좋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시음행사를 열거나 수익금을 세계 빈곤지역에 후원하며 소소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 전부를 듣지는 못했지만, 커피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누구보다도 멋진 세월을 보내왔겠거니 감히 짐작해본다.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 - 마크 트웨인"


오늘도 최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매일,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정성을 들이는 그는 초심을 향해 반대로 늙어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양혜은

heyang@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