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가위질 소리로 잠을 깨우는 기사식당

송림식당

양혜은|


늦은 밤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 주황색 택시가 끊임없이 오가는 모습은 송림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구의역 방면으로 한 블록을 넘어가면 택시 기사의 한 끼를 책임지는 '기사식당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심야에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밤늦도록 동분서주하던 택시들은 이곳에 모여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송림식당은 택시 기사들과 오랜 우정을 쌓아온 기사식당이다. 오래도록 쌓아온 유명세 덕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 타워가 마련되어 있고 송림 스태프 조끼를 입은 능숙한 주차 안내원들이 바삐 손을 움직이며 질서 있는 주차를 돕는다.

1층은 혼밥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은 기사들을 위한 전용층이고, 2층은 일반인과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친구와 둘이 왔다는 말에 아주머니는 2층으로 안내해주셨다. 빽빽이 테이블을 채워 앉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에 앉자마자 경쾌한 가위질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대표 음식인 돼지불고기백반(이른바 불백)은 먹는 방식이 정해져있다. 고기가 익으면 밑반찬과 상추를 잘게 자르고 밥과 함께 볶아 먹는 방법이다. 빠른 시간 안에 한 끼를 해결하고자 하는 택시기사 분들의 습성을 따라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노련한 가위질로 고기를 자른다. 챙챙챙챙! 송림식당의 배경음이라 할 수 있는 가위질 소리를 들으며 나른하게 찾아온 오후의 잠기운을 날려 보낸다.


"이모가 갖다 준다니까! 거기 몇 명이야?"


무전기를 손에 쥔 이모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전해지는 마음만큼은 상냥했기에 딱히 뾰족한 말투가 거슬리지는 않는다. 귀찮게 하지 말고 뭐든 갖다 먹으라는 태도를 한껏 드러내며 반찬, 국물은 셀프라는 문구를 곳곳에 붙여두었지만, 식당 이모는 곧잘 필요한 것들을 갖다 주신다. 투박함과 친절함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이모의 매력에 반하는 순간이다. 볶음밥과 함께 식당 한쪽에 차려둔 무한리필 선짓국과 함께 배부를 한 끼를 마무리해본다.



"졸음운전 조심하세요!"


문을 나서는 기사분들께 식당 이모는 정겨운 당부 인사를 건넨다. 든든한 한 끼보다 고마운 송림식당의 진심 어린 인사와 자판기 커피는 운전대를 잡은 기사들 곁을 지켜줄 것이다. 나도 덩달아 식후 요구르트를 마시며 졸음 없는 오후를 다짐해본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양혜은

heyang@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