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전국 방방곡곡에 만들어지고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게스트하우스 본연의 목적은 ‘숙박’이기 때문에 편안한 잠자리와 아늑한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 또는 게스트하우스만의 인테리어 컨셉 등도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슬리핑테이블은 편안한 휴식에 어울리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요소들을 두루 충족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행궁동 주택가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슬리핑테이블은 게스트하우스가 갖추어야 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팔달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행궁동 일대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슬리핑테이블의 전망과 정원에 만개한 꽃은 비단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한나절 앉아 즐기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조건으로 다가선다. 물론 코를 간지럽히는 파니니의 향만큼 잊혀지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 음식들 역시도 이곳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만드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매력이다.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일반 가정집들 사이에 하얀 외벽이 인상적인 슬리핑테이블을 만날 수 있다. 정원과 2층의 테라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무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우선 1층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섰다. 외부의 여유로운 테라스와는 달리 카페 내부는 2인 테이블 네 개 정도가 놓여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공간이 작아서 그런지 늘 사람이 북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인상적인 슬리핑테이블의 대표메뉴는 바로 파니니다. 햄 치즈 파니니부터 가지와 쥬키니, 버섯 등을 넣어 건강을 고려한 메뉴인 파머스 파니니까지, 다양한 입맛을 고려한 파니니와 다채로운 샐러드 메뉴들은 커피, 맥주와 두루 잘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슬리핑테이블에서는 국내 브루어리에서 생산된 수제 맥주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테라스를 통해 바라본 행궁동의 하늘은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슬리핑테이블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스트하우스는 세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인용 도미토리 두 개와 2인실 하나가 마련되어 있다. 각각의 방은 슬리핑테이블의 외관처럼 무채색으로 깔끔하면서도 느낌 있게 정돈되어 있었고 각 방마다 별도의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어서 불편을 최소화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2층의 테라스였다. 바(Bar) 테이블과 평상, 일반 테이블 등 다양한 가구들에 심지어 비치 체어(Beach Chair)까지 두서없이 배치되어 있지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오히려 친구의 집에 놀러 온 느낌을 주어 좋았다. 선선한 저녁에 테라스에 앉아 1층 카페에서 판매하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여독을 말끔하게 지워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개월 전 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 슬리핑테이블 1층의 공간에서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맥주 한 잔씩을 손에 들고 따뜻한 웃음을 터트렸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수원 행궁동에 모이게 된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를 알 수는 없었지만, 좀처럼 계산할 수 없는 인연의 힘은 다른 어떤 공간도 아닌 ‘게스트하우스’에서 그 빛을 발한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다. 이국의 여행자들이 한국에 대한 기억을 회상할 때 행궁동의 여유와 슬리핑테이블이란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를 당당히 한 페이지에 기록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