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는 이제 몸에 연료를 공급할 시간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마침 길목에는 육림고개에 있던 카센터를 개조한 레스토랑 '가라지'가 보였고, 손님으로 가득 찬 걸 보니 맛집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그 순간에 구수한 된장찌개를 갈구하는 영락없는 촌놈이었던 지라, 가라지로 향하길 원하는 친구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기에 비실거리며 육림고개를 올라가던 중, 메뉴판에 쓰인 '뽀글장덮밥'과 '버섯들깨수제비'라는 단어의 조합이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친구야, 이곳이다!"
"왜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이 없지?"
'어쩌다농부'는 한 청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기 때문에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청년. 하지만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맛있는 농산물과 맛없는 농산물이 어떻게 다른지 의문을 품었고, 결국 직접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게 된다. 그렇게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젊지만, 벌써 어엿한 4년 차 농부다.
"대량수확 시스템, 공장식 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맛이 없더라고요.
물론 소위 말하는 유기농, 자연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는 정말 쉽지 않았어요."
함께 일하고 있는 두 명의 동업자는 대학에서 만났다. 창업 관련 수업에서 인연이 닿았는데, 그때 마침 한 명은 어머니가 투병 중이어서 건강한 먹거리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 후 세 명은 함께 농사를 지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쟁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와 어부를 만났다.
"고민했죠. 시래기, 꼬막, 귤, 모과…… 땀 흘려 생산한 좋은 먹거리에 판로를 찾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심 끝에 생각해낸 해답은 식당을 여는 것이었다. 밥집을 열면 좋은 먹거리를 일정 규모로 지속해서 구매할 수 있고,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품질이 좋으니 '윈윈'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맛있고 건강한 메뉴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어떤 날에는 재료가 부족해서 일찍 마감하기도 할 정도로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대단하다.
"올해는 춘천 서면에 준비해놓은 밭에서 직접 농사도 지을 거에요.
앞으로 가게가 잘 운영되어서 저희와 같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음식점이 다양한 지역에 많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먹거리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기쁘겠죠."
지금은 겨울이라서 아무래도 단골들이 많이 방문하지만, 날이 풀리면 새로운 손님이 식당을 찾을 생각에 설렌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름 그대로 어쩌다가 농부가 된 세 명의 이야기, 이들의 손맛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