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는 1963년부터 지금까지 영업해온 중국집 ‘지동관’이 있다. 누군가는 이곳을 학창시절부터 다니던 곳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부모님과 손잡고 왔던 곳이라고 말한다. 한 지역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장사해 온 셈이니, 의정부 사람이라면 지동관과 관련된 정겨운 추억 하나쯤은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화상(華商)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 지동관이라는 이름에는 그리움이 담겨있다. ‘지동(志東)’은 중국의 가족들을 떠나 혼자 한국에서 장사를 시작했던 1대 사장님이 ‘언젠가 다시 돌아가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50년 넘도록 운영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오래전인 1950년대부터 두 아들의 이름을 따서 운영했던 전신격인 가게 ‘용복반점’이 있었다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그 후 1963년, 근처의 보다 넓은 건물로 이전하여 가게를 확장한 이후로는 지동관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운영되어왔다.
"사실 제가 그 옛날 고춧가루를 훔쳐갔던 그 사람입니다."
지금이야 의정부 번화가 중심에 자리한 모양새이지만, 주위가 온통 논이었던 과거에도 지동관은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팔았다. 세월을 버텨가며 매일매일 문을 열다 보니 어느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동창 모임을 할 정도로 의정부를 대표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옛날에는 고춧가루가 비쌌던 터라 사람들이 고춧가루를 몰래 훔쳐 가기도 했다는데,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사실 제가 그때 고춧가루를 훔쳐갔던 사람이다’라며 어린 날의 잘못을 웃으며 사과하기도 한단다. 그에 대해서 웃음 섞인 말로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손님과 지동관이 ‘함께 세월을 버텨오며 쌓아온 유대감’ 덕분일 것이다.
지동관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내력만이 아니다. 지동관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 요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입 베어 문 탕수육 튀김의 식감이 남달라 조리방법을 여쭤보았더니 전분을 발효시키는 레시피 덕분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탕수육 조리를 위한 고기로는 부드러운 등심을 사용하고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조리하여 겉은 쫄깃하고 바삭하지만, 안은 폭신하게 부드러운 식감을 연출한다. 과연 한 도시를 대표하는 터줏대감 맛집이라는 사실을 수긍하게 되는 맛이었고, 이제껏 먹어보았던 탕수육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한, 9년 전부터 지동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만두를 필두로 하는 지속적인 메뉴 개발과 관리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전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가게인 만큼 체인점 문의도 끊이지 않지만, 사장님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세히 신경 써서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하셨다.
"3대에 걸쳐 사랑하는 중국음식점"
지동관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은 ‘한 살부터 90살 노인까지 3대가 손을 잡고 오는 편안한 장소’이다. 그 바람 그대로 의정부의 다양한 주민들에게 지동관은 소중한 추억의 장소이며,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있어 주기를 바라는 식당이기도 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았던 단골 중국집을 시간이 흘러 내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소소한 삶의 행복이다. 지동관은 이토록 값진 경험을 수많은 의정부 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