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소울푸드를 찾아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이지현|

부대찌개는 단연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울푸드다. 부대찌개는 6.25전쟁 직후 일부 사람들이 의정부시에 주둔하던 미군 부대에서 사용하고 남은 핫도그, 깡통에 든 햄과 소시지 등 잉여 음식을 활용하여 끓여 먹었던 찌개로 알려져 있다. 50여 년 전 전쟁으로 어려웠던 시기, 의정부의 정치-사회적인 면면이 부대찌개라는 음식 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현재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는 약 150m에 이르는 길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부대찌개 식당 14개가 모여있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의 수많은 식당 가운데서도 원조라고 불리는 곳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소개될 정도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오뎅식당’이다. 미군들을 대상으로 오뎅(어묵)을 팔던 주인 할머니가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미국식 재료들과 함께 볶음요리를 만들던 것이 부대찌개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거기에 더해 우리 입맛에 맞게 김치, 고추장과 떡, 신선한 야채를 넣고 한국적인 조리방식에 따라 물을 넣어 ‘탕’처럼 끓여 먹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익숙한 부대찌개의 형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부대찌개의 원조로 알려진 오뎅식당을 두고 굳이 형네식당을 들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대찌개는 원래 이렇게나 깊이 있는 맛을 지니고 있구나!"


나는 원래 부대찌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부대찌개 음식점의 조미료를 쏟아부은 맛을 싫어했던 탓이다. 하지만 언젠가 의정부 토박이인 친구가 ‘진정한 부대찌개의 맛을 보여주겠노라’며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형네식당’을 데려간 적이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한결같은 부대찌개 특유의 뻘건 색은 여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는데, 막상 입에 들어간 얼큰한 국물은 내 편견과 달리 구수하고 맛있었다. 조미료 대신 육수로 낸 감칠맛, 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국물 맛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부대찌개가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기억을 쫓아 다시 찾아간 부대찌개 집에서 나는 부대찌개 한 상을 맛있게 비웠다.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에 대해서 원조를 갈구하곤 하지만, 그러한 성향이 가장 극에 치닫는 대상이라면 역시 음식일 것이다. 음식을 둘러싼 원조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원조를 운운하고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왜곡되지 않은 원형의 맛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이 세상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섭취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결국 수많은 잡음은 사라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단순한 목적만이 남는다.



소울푸드(Soul Food, 사람들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아늑한 고향의 맛)


의정부에서 26년을 살아온 친구에게 부대찌개의 의미에 대해 물었더니 ‘소울푸드’와 같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의정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 외식을 할 때면 자주 먹던 음식. 사람들이 ‘나 부대찌개 좋아해’라고 말하면 괜히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내 고장 음식. 그만큼 부대찌개는 수많은 의정부 토박이들의 추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소울푸드이다.

친구는 의정부 사람들은 집집마다 자주 가는 부대찌개 식당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원조라고 불리는 식당을 찾아가는 대신 각자의 추억이 담겨있는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즐긴다. 그곳에서 먹는 부대찌개는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 추억의 맛이고, 각자에게 있어서는 가장 훌륭한 원조의 맛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