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과 함께 피어나는 시장 이야기

평창 봉평장

조혜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인 봉평장, 어딜 가나 웃음과 정이 넘친다. 매 2일, 7일에 맞춰 열리는 봉평 오일장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도 빼놓지 않고 찾던 장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근래에는 2014년에 현대카드가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봉평장을 말끔하게 새로 단장하였다.



많은 이가 시장의 본래 모습을 덮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존 정취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편리함과 깔끔함을 더하는 방향으로 변신을 꾀했다. 상인들의 얼굴을 담은 간판과 명함을 제작하고, 상인이 상품을 진열하기도, 손님이 장을 보기도 편하도록 진열대를 정돈하였다. 수산물, 채소, 과일, 먹거리에 따라 천막색을 달리하여 장 보는 이들이 알아보기 쉽게 구획을 나누고 상인들을 위해 앞치마와 머릿수건도 예쁘게 제작했다.



대기업에서 전문가를 투입하고 큰 비용을 투자해 정돈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시장이 번창할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이야기가 외형적 정비 위로 더해졌기에, 봉평장은 강원도를 오가는 이들이 꼭 들렀다 가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저 사람 외부 사람이아 안돼, 그런 게 여긴 없어요.

다 잘 돼야 봉평장이 잘 되는 거니까. 가족적인 분위기죠."


봉평장 상인들은 같은 품목을 바로 옆자리에서 판매하면서도 서로 간식을 나눠 먹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거나 경쟁 상대로 삼지 않는다. 외부 상인이 너무 많은 시장, 혹은 호객을 지나치게 하는 곳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봉평장은 가족 같은 느낌이 강하기에 더욱 정겹고 신뢰가 간다. 편안한 분위기가 시장 전체에 흘러 관광객에게도 편안한 공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아케이드나 주차장 같은 최신식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종종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500원어치를 사도 1,000원어치만큼 덤을 얹어주는 인심만을 바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봉평장에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건강한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가 기본 바탕으로 깔려있다. 드립 커피을 내려주는 방앗간,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또는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자부심과 손맛은 봉평장의 자랑이다. 사람들은 편리한 시설과 푸근한 정이 아닌, 이곳에서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에 이끌려 봉평장을 찾는다.



봉평에는 소설가 이효석의 정서가 흐른다. 봉평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어릴 적부터 이효석의 문학을 가까이 접하고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에 둘러싸여 자라났다. 어머니가 해주신 메밀전, 메밀국수를 먹었고, 메밀껍질을 넣은 베개를 베고 낮잠을 잤다. 그러한 관점에서 메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이 지역을 관통하는 고유의 정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봉평장 안에 있는 카페에는 이효석 에세이의 한 구절이 적혀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메밀을 이용한 찐빵을 개발한다. 이효석과 메밀은 봉평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당얀한 소재다. 소설에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듯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치는 봉평장. 평창을 갈 때마다 끝자리가 2일, 7일인지 확인하는 이유는 바로 이곳 때문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