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작은 서점

책방마실

노건우|

춘천 시내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춘천미술관에서 도청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조용한 길목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책방 하나를 만나게 된다. 정사각형 모양의 하얀 간판에 책이 그려져 있는 곳, 작년 12월에 문을 연 '책방마실'이다.



​하얗게 칠한 콘크리트 벽은 나무 선반 위에 줄지어 앉은 책을 돋보이게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시, 수필, 잡지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 서적 위주로 책장이 꾸려져 있다. 음료와 가벼운 안주가 그림으로 그려진 종이 메뉴판은 다양한 엽서와 함께 벽면에 나란히 붙어 있다. 다갈색 탁자와 선반, 검은색 철제 의자 몇 개와 식물로 담백하게 꾸며진 이 공간은 중간에 있는 턱 하나를 넘으면 더욱 안쪽까지 이어져 있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 규모가 크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사서로 일했어요. 사실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책방을 여는 게 제 꿈이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꿈을 언제까지 미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할만한 곳을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이 공간을 발견했고, 바로 한 달 뒤에 문을 열었죠."


"이 공간을 처음 봤을 때 밖에서 보면 마치 액자처럼 보여서, 나중에 남자친구가 이곳에서 공연하면 멋지겠다고 생각했어요."


책방마실은 춘천에서 나고 자란 여사장과 남자친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경력의 자립음악가인 남자친구는 현재 '모던다락방'이라는 2인조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춘천 음악인의 아지트로 자리 잡을 '악당'도 오픈했다고 하니 춘천 문화예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행동파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들어본 밴드라고 하는 우리를 위해 배경음악으로 그의 음악을 틀어주는 사장님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난다.


"그냥 지나가다가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와서 책도 읽고 커피도 한잔하며 편안하게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를 수 있게 말이죠.

안쪽에는 (릴레이) 필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참, 이쪽 벽에는 계속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니 책을 보다가 감상할 수도 있죠."



​무엇인지 모를 사명감을 가지고 독립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장님은 춘천에도 독립출판물을 구매하는 손님이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작가와 직접 연락하여 공수하는 책의 면면과 인스타그램에 정성스레 올리는 서평을 통해 사장님의 각별한 정성과 감각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싶다. 사장님의 책을 고르는 안목과 탁월한 글솜씨가 춘천의 독립출판물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확신할 정도로 말이다.

​서성이는 사람으로 붐비거나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서울의 독립서점과는 달리, 책방마실은 그 이름에 걸맞게 넉넉한 여유가 매력적인 장소다. 정성스레 내리는 드립 커피의 맛과 향도 참 좋지만, 책방마실에 방문한다면 비밀 재료로 직접 만드신다는 시원한 아이스티도 꼭 마셔봐야 한다. 따뜻한 날씨에 라이브 음악이 흐를 책방의 풍경이 새삼스레 궁금하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노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