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제대로 한번 비판해보겠습니다

3.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주민의 자리는 없다

구본기|


[인터뷰]김성균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도지사 및 구청장 등은 필요한 경우 (…)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2013)』에 따르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은 “주민의 아이디어를 도시재생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행정이 설치합니다.

△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의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행정에 전달하는 일 등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행정과 주민 사이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습니다(행정-도시재생지원센터-주민).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중간지원조직’이라 불리는 까닭입니다. 주민을 강, 행정을 바다에 비유하자면,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입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는 강(주민)과 바다(행정)의 이야기가 모여 소용돌이칩니다.


현재 전국에는 약 90개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운영되고 있습니다(참조). 2018년 11월 23일, 대학로(서울시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 김성균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구본기(이하 구)> 소개 부탁합니다.


■김성균(이하 김)>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지역사회연구원’(이하 지사연) 이사 김성균입니다. 현재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구>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지사연은 민간 단체죠?


■김> 네.


□구> 민간 연구원 신분으로 어떻게 센터장 역할을 맡게 된 건가요?


■김> 2016년에 의왕시가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맡아 운영할 민간 기관을 공개 모집했습니다. 그때 지사연이 참여해 선정되었습니다(참조1, 참조2).


□구> 그렇다면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센터장은 무슨 일을 하나요?


■김> 센터 업무를 총괄합니다.

□구>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코너가 도시재생을 ‘제대로 비판’하는 콘셉트라서요. 혹 센터장으로 있으면서 도시재생에 대해 문제점을 느꼈던 부분은 없으신가요?


■김> 센터 이름을 먼저 꼬집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구> 그러고 보니 센터 이름이 독특하네요? 다른 곳은 그냥 도시재생지원센터라고만 쓰는데, 의왕시 센터에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지은 건가요?


■김>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활동을 함께 지원한다는 뜻입니다.


□구>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죠?


■김> 행정이 마을을 어떻게 재단하는지가 드러나는 이름입니다. 저희 센터 이름에 쓰인 통합이라는 단어는 마을 주민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령 주민이 모여서 도시재생 강의를 듣는다고 해봅시다. 이때 이 강의를 듣는 사람은 도시재생 활동에 참여하는 걸까요?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걸까요? 아니면 평생교육 활동일까요?


□구> 셋 다네요.


■김> 맞습니다. 지금 우린 도시재생 강의라는 하나의 주민 활동을 셋으로 구분했습니다. 이건 행정 기준에서의 업무분장입니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 이 도시재생 강의는 그냥 관공서의 강의일 뿐입니다. 행정의 업무분장에 맞추어 ‘도시재생 활동의 일환인 강의를 들었다’는 식으로 구분하는 주민은 없습니다. 애초에 주민은 본인 활동을 도시재생 활동과 마을공동체 활동 등으로 구분한적 없으니, 통합할 수도 없습니다. 통합은 행정 관점에서의 용어입니다. 행정은 우리네 마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구>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라는 이름에 마을을 제멋대로 바라보는 행정의 사고방식이 드러난 거로군요?


■김> 네. 그렇습니다.


“행정의 관점은 주민의 삶을 반영하지 못한다”


□구> 센터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실 제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 구로구) 구로4동과 제 집이 있는 구로2동의 주민이 모여서 (서울시)도시재생희망지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소식통에 따르면, 어떤 행정 관계자가 우리 주민 모임을 두고 이런 논평을 했다고 합니다. “구로2동과 구로4동 주민이 섞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나중에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자기네 동에 더 많은 시설을 설치하려고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구로2동과 4동이 어디서 행정적으로 구분되는지 의식하며 사는 주민은 없거든요. 예컨대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사무실이 동네에 있어서 좋다’라고만 생각하지, ‘구로2동에서 4동으로 넘어간다’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행정동은 말 그대로 행정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거니까요.

*도시재생사업의 준비운동 같은 사업(참조).


■김> 그런 행정의 사고방식 때문에 주민이 어제는 (행정의) 도시재생 업무에 동원되었다가, 오늘은 (행정의) 마을공동체 업무에 동원되고, 내일은 (행정의) 평생학습 업무에 동원되는 겁니다. 행정의 업무분장 때문에 주민이 같은 성격의 다른 행사에 중복 참여해야 하는 거죠. 그런 일이 누적되면 주민은 이런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여기 왜 있는 거지?’, ‘나는 행정의 도구인가?’



□구> 주민과 행정의 갈등을 조정하는 게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중에 하나죠?


■김> 네, 중간지원조직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민간 주도형. 둘째, 민간∙행정 융합형. 셋째, 행정 주도형. 이 세 가지 중 어떤 유형으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느냐가 도시재생에는 무척 중요합니다.


□구>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김> 우선 행정 주도형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행정 주도형이란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설립, 운영, 비용 등을 행정이 전담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앞에서 말씀드린 업무분장 사례와 같은 문제가 더욱 공고화됩니다. 무엇보다 행정 주도 하에 도시재생 사업이 반(反)민주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 반민주적이라는 말은 주민(시민)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건가요?


■김> 네. 대부분의 도시개발 프로세스는 세 단계로 요약됩니다. 첫째, 먼저 행정이 ‘A마을에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둘째, 그리고 전문가를 동원해 위원회 등을 만듭니다. 셋째, 1∙2단계에서 결정한 내용을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건설 회사 등)가 실행합니다.


□구> 주민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네요?

■김> 네. ‘행정-전문가-엔지니어링 회사’로 연결되는 프로세스에는 주민이 낄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흔히 ‘전면 철거 전면 개발’로 표현되는 행정 주도의 도시개발이 마을 커뮤니티를 깨뜨리는 겁니다. 한 마을에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2~3세대를 산 주민의 의견을 배제한 것에 대한 부작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 참여를 강조하는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입니다.


□구> 그렇군요. 민간 주도형은 어떤가요?


■김> 민간 주도형은 민간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설립, 운영, 비용 등을 전담하는 형태입니다. 시민(주민)의 주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에는 행정만큼의 권한과 예산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행정이 정한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민간∙행정 융합형이 최선인 것인가요?


■김> 그렇습니다. 행정은 주민과 소통하지 못합니다. 반면, 민간은 권한이 없어 제도적 한계에 부닥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행정과 민간이 융합해야 합니다.


“행정 주도형, 민간 주도형 모두 한계가 뚜렷”


□구> 그럼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의왕시(행정)가 지사연(민간)에 운영을 부탁한 거니까 민간∙행정 융합형이겠군요?


■김> 맞습니다.


□구>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네요. 민간 ∙ 행정 융합형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들어선 의왕시의 도시재생(사업)은 민주적인가요?


■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 지역사회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공무원입니다. 주민 의견을 모은 보고서가 사장되느냐 마느냐는 담당 공무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구>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유형과는 별개로 어떤 (도시재생)사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칼자루’를 행정이 쥐고 있는 거군요? ‘주민 참여’라는 말이 무색하네요.


■김> 도시재생(사업)의 의사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보아야 합니다. 그것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본 인터뷰 11일 후, 구로2∙4동은 ‘면적 축소’를 조건으로 희망지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참조). 그리고 면적을 줄인 결과, 구로4동이 해당 사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한편, 의왕시통합도시재생지원센터는 2019년부터 의왕시가 직접 운영합니다(행정 주도형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전환).


‘솔직하게 까놓고 도시재생을 비판할 수 있는 활동가’를 찾습니다. 도시재생에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주제도 OK입니다. 제 이메일 주소는 kubonki@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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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최창근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