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을 지닌 상점들이 다수 유입되고 있는 망원동이지만, 그 중심에는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망원시장이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밀려 황혼을 바라보는 전통시장이 많은 요즘, 망원시장은 그러한 위협에 함께 맞서 대형유통업체와 최초로 상생 협약을 맺은 전통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대형 유통망에 맞서 자존심을 지켜낸 결과는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망원시장은 주변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소규모 포장과 장보기 서비스,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이 제외하고도 망원시장이 지닌 매력은 정말 다양하다.
무더운 날씨에 방문한 망원시장에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망원시장은 분명 실내 공간에 냉방을 가동하는 마트나 백화점처럼 시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천장에는 아케이드를 구축하였고,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물을 분사하기 때문인지 그렇게까지 무덥지는 않았다. 게다가 소나기가 내렸을 때도 시장 내부로 비가 들어오지 않아 바닥이 젖지 않았고, 우산을 펴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안하게 가게와 가게 사이를 오갈 수 있었다.
" 전통시장은 식후경!
개성만점 별미들을 빼놓을 수 없다 "
곧은길 하나를 따라 형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크다고는 느껴지지 않은 망원시장이지만, 시장을 따라 걷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을 볼 수 있다. 자취생의 입장에서는 반찬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저렴한 반찬들과 정육점의 고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역시나 시장 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소소한 먹거리였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핫바부터 칼국수, 족발, 시원한 생과일 주스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망원시장을 방문할 때 놓쳐서는 안되는 별미를 꼽자면 고로케와 닭강정 그리고 오징어 튀김 김밥을 꼽고 싶다. 나는 그러한 별미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유명한 가게들을 찾아갔다.
망원시장의 고로케는 망원시장의 골목 끝, 월드컵시장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두 개의 점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두 곳 모두 비슷한 맛과 가격을 지닌 고로케를 판매하고 있었다. 직접 방문했던 ‘황인호의 원당수제고로케’에서는 500원으로 과자 하나 사먹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한 개에 5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1500원대의 고로케와 맛이나 양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다음으로 들린 곳은 망원시장 중반쯤에 위치한 ‘큐스닭강정’이었다. 장미여관의 육중완이 단골이라고 소개를 하며 유명해진 곳인데 단순히 방송을 타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기 보다는, 이미 충분히 맛이 보장된 업체가 미디어를 통하여 더욱 많은 관심을 얻게 된 것 같았다. 깐풍기, 매콤, 달콤, 과일, 치즈 머스터드 등 다양한 종류의 양념을 묻힌 닭강정들과 무엇보다도 닭똥집 튀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닭똥집 튀김은 서울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쫄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개인적으로 닭강정보다도 더욱 손이 많이 갔다.
망원시장 먹방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상호 그대로 '맛있는 집'의 오징어튀김 김밥이었다. 큐스닭강정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자그마한 분식집인 이곳은 이름도 생소한 오징어튀김 김밥의 원조라고 한다. 오징어튀김 김밥이 유명해서인지 쉴새 없이 오징어 튀김을 만들고 계신 것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보통 분식집에서 오징어 튀김을 먹는 것이 꺼려지는 이유는 내용물인 오징어에 비해 과도한 튀김 옷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알맞은 정도의 튀김 옷만이 오징어를 감싸고 있으며 오징어들도 큼직큼직하여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오징어 튀김 김밥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오징어를 튀겨서 김밥으로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오징어 튀김이 커서 그런지 상당히 두툼한 김밥이 완성되었다. 오징어 튀김뿐만 아니라 일반 김밥 재료들도 충실히 들어갔고, 오징어 튀김의 느끼함을 매콤한 멸치 볶음을 활용하여 잡아내는 세심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 망원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에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활동, 남녀노소 두루 사랑하는 먹거리 등이
큰 힘으로 작용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진취적인 자세로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시작한 시장의 각종 서비스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