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말끔함을 더한 동동주가 익어가는 곳

주문진 탁주 합동 제조장

조혜원|

주문진만의 향토 막걸리를 주조하는 곳. 규모가 제법 큰 양조장이 남아 있는 게 참으로 반갑다. 술을 한 병 사면서 공장 구경을 부탁드리려고 양조장에 들어서니 공장장께서 직접 맞아주신다. 막걸리는 박스 단위로 판매하지만 한두 병 정도는 바로 앞 슈퍼에서 살 수 있으니 공장 구경쯤이야 얼마든지 하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주문진 탁주 합동 제조장은 주문진에 있던 4개 양조장이 하나로 통합되며 만들어졌다. 합동 제조장으로 운영해온 기간은 이미 44년째다. 과거에는 소주를 내리고 막걸리도 빚는 양조장도 있었지만, 합동으로 운영하고 난 이후로는 동동주 한 가지만 만든다. 양조장 내부에는 44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장장님을 따라 시큼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양조장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다. 요즘은 술독을 이용해 술을 빚는 곳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스테인레스 통보다 관리가 어렵지만, 항아리는 미세하게 숨을 쉬기 때문에 발효과정에 좋은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술맛의 비법과 연결된다.



" 우린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어요. 여기다 술을 담으면 항아리가 숨을 쉬니까, 더 좋죠 "


아직 밥알이 가득 담겨있는 항아리, 술이 어느 정도 익어 뽀글뽀글 소리를 내며 발효되고 있는 항아리, 알싸한 술 냄새가 나는 항아리까지. 이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부지런히 숨 쉬고, 익어가는 중이다.




" 이게 오늘 아침에 담근 술인데, 이게 완전히 숙성되려면 독에 들어간 이후 10일 정도 걸려요. "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에게 술 빚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막힘 없이 술술 설명하는 모습을 미루어 볼 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 여기는 엄마(종자)를 만드는 곳이에요. 국실이라고 부르는데 누룩 만드는 곳이죠. 너무 습하면 안 되니까 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서 방을 나무로 지었어요. "



국실, 사입실, 보일러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오히려 양조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나무문 위로 ‘보이라실’이라 적어둔 팻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확히 이 양조장을 대표하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라실’이 표준 영어 표기일 때부터 이곳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을 모든 것이 대견하다.



" 100% 쌀로 만드니까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보다 맑은 편이에요. 인체에 해가 되는 건 하나도 넣지 않아요. 그래서 머리도 안 아파요 "



주문진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 여행을 왔다가 동동주 맛을 보고 반한 이들이나 오래된 단골들은 택배로 주문한다. 동동주를 흔들지않고 맑은 부분만 따라내면 잘 숙성된 화이트 와인 맛이 난다. 한번 맛보면 또 생각 날 수 밖에 없는 술. 여행에서 지역 술을 만나는 건 이렇게나 반가운 일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