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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명란

조윤|

덕화명란 장종수 대표


덕화명란은 26년간 오직 명란만을 만들어온 명란 전문기업이자, 부산의 대표적인 로컬 기업이다. 최근 덕화명란은 재기 넘치는 상품과 레시피, 쇼룸 ‘데어더하우스’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약의 바탕에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이어져 온 단단한 철학과 지역을 향한 애정이 버티고 있다. 오늘도 이들이 만드는 명란은 그 한결같은 마음을 고스란히 머금은 채 누군가의 밥상에 오른다. 


ⓒ 덕화명란


밥에 곁들여 먹는 밑반찬으로 인식되던 명란을 활용해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였다. 식재료로서 명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란은 사실 세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식재료다. 고기나 생선의 살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와 식감을 지녔다. 또한, 음식에 향과 짭짤한 맛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명란은 일종의 맛있는 소금과도 같다. 기존에 널리 활용되어 온 한식, 일식뿐 아니라 파스타나 수프 등의 양식 등에 넣었을 때도 풍미를 돋워 준다.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 명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명란 고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제품 개발 및 제조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

우리는 명란을 만들 뿐 아니라 연구하는 회사라는 마음으로 어획 단계부터 해동, 염지, 숙성 과정까지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원료를 구매할 때도 명란을 직접 하나하나 만져가며 2~3일에 걸쳐서 고른다. 특히 염지와 숙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염지하는 방식이나 소금의 농도, 숙성 기간 등의 요소가 명란 맛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염지에 사용되는 소금 또한 본연의 깔끔한 맛을 최대한 살린 울산의 한주소금을 사용한다. 



ⓒ 덕화명란


용도에 따라 자른 명란, 알로만 명란, 튜브형 명란 등을 출시한 점이 눈에 띈다. 명란이 조금 더 대중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메뉴 개발 과정에서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제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데, 이것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에게 사랑받는 튜브 명란은 두세 번 안에 다 먹을 수 있도록 용량을 110g으로 정했다. 또한, 온명란의 한 종류인 백명란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아이가 있는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명란의 비린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명란마요와 명란김을 내놓기도 했는데, 예상보다도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수출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우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에서는 명란 특유의 원물 형태와 비린내를 살리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깔끔하고 매운맛이 있는 명란을 선호한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그때 그대로 명란’, ‘숙성고 명란’ 등 한국적인 맛을 강조한 제품들을 개발했다. 또한, 국내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기존에 명란이 지닌 토속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포장 용기를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어란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본다. 명란이 워낙 매력적인 식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시장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데어더하우스


오프라인 쇼룸 데어더하우스를 마련한 점 또한 소비자층을 넓히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리라 본다. 이곳의 공간 구성과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데어더하우스는 식자재 관련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과 셀프 쿠킹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1층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2층은 덕화명란의 레시피를 직접 시도해볼 수 있는 셀프 쿠킹 스튜디오, 식문화 관련 서적과 소품을 접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한마디로 덕화명란이 지닌 철학과 진정성 있는 식품에 대한 관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덕화명란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는 ‘아름다움’이다. 미식의 개념 안에는 단순히 좋은 맛만이 아니라 지역성, 전통, 아름다움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사실 세간에는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 않나. 우리는 단순한 가공식품이 아닌 요리로서 명란을 다루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이라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으로 데어더하우스를 기획한 것이다. 



데어더하우스 라이브러리


공간을 선보일 지역으로 초량동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정집 형태를 그대로 살린 의도도 궁금하다.

초량동은 항구와 산복도로가 있어 가장 부산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일본식 적산가옥과 한국전쟁 당시 형성된 판자촌의 흔적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초량이 지닌 이미지와 풍경이 우리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자리 잡았다.

데어더하우스(There the House)는 직역하면 ‘거기 그 집’이라는 뜻이다. 오래된 집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둔 것은 이름 그대로 어렸을 때 살던 바로 그 집의 추억과 감성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겉모습이 지나치게 화려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명란의 이미지, 즉 가족과 둘러앉아 먹는 친숙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밖에서 보았을 때 대문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골목 구석에서 옛날집을 마주하는 경험 자체가 주는 나름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데어더하우스에서는 다양한 식문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나.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소비 방향을 요즘 소비자들의 감수성에 맞게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사실 덕화명란은 재료 선별과 가공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타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이처럼 조금 더 비싼 값을 내더라도 제대로 된 식품을 사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개인의 소비를 통해서 생산자가 더 좋은 식품을 만들고, 이것이 확장되어 사회 전반으로 선순환이 확장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토크쇼나 시음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명란을 새롭게 접하기도 하고, 한층 친근한 식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미니 그로서리


데어더하우스 셀프 쿠킹 스튜디오


최근 약 한 달에 걸쳐 데어더하우스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

먼저 1층 공간을 식문화 관련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했는데, 조만간 이곳에서 토종 쌀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 예정이다.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명란과 어울릴 만한 로컬 식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우선, 식재료를 고르는 기준에 대한 메시지를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 셀프 쿠킹에 사용되는 농산물을 지역 농부에게 직접 받아오는 방식을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식재료에 원산지와 특징을 표기해두고, 이용객이 직접 시식 후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경험이 본인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주체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일종의 연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2층의 미니 그로서리에서는 명란과 잘 어울리는 부산의 로컬 식재료를 큐레이션 해서 전시한다. 현재 부산의 명장과 덕화명란이 함께 개발한 참기름을 마련해 두었다.



데어더하우스가 위치한 부산 초량동


명란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부산의 지역성이 갖는 장점이 있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명란 관련 업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은 부산이다. 왜냐면 부산에서는 명란의 생산부터 수출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바다에서 명란을 직접 구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 어장에서 오는 배가 부산의 감천항을 수출 통로로 쓰는 덕분에 명란 산지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향후 부산 지역에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부산 지역의 셰프들과 협업해서 명란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팜 투 테이블* 형식의 요리 프로그램을 마련해보고 싶다. 부산에서는 아직 팜 투 테이블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최근 전통적인 명란을 복원한 ‘복원명란’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전시, 팝업스토어 등을 열거나 명란 관련 관광 코스를 짜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명란의 역사를 다룬 일본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던데, 이와 연계해서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해보려는 아이디어도 있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농장에서 수확한 식재료가 중간 유통 단계 없이 바로 소비자의 식탁에 도달하는 것




끝으로 덕화명란의 목표 또는 지향점을 말해달라.

우리의 지향점은 단순하다. 명란 하나만 만드는 회사이기에 명란을 제대로, 맛있게 만들고 싶다. 명란을 일본 음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명란의 원조 국가는 우리나라다. 초량동에 살던 사람이 해방 이후에 일본 하카타에 정착해서 국내에서 통용되던 제법을 개량해 개발한 것이 일본 명란의 시초다. 이런 역사를 알고 나니 원조 명란을 한층 더 빛내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명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는 결국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역에 대한 사랑과 연결된다고 본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조윤

yjo@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