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아는강원 1》 미리보기 #3

양양 서피비치 - 박준규 대표

심영규|

365일 24시간 열린 청춘의 바다를 만들다

양양 현북면의 서피비치(SURFYY BEACH)는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강원도 대표 어트랙션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 1위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출입조차 어려웠던 방치된 해변을 ‘청춘의 바다’로 만든 박준규 대표를 만났다. 버려진 바다를 최고의 지역 상품으로 만든 비책이 궁금했다.




서피비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2년 회사 업무차 부산의 해운대해변 백사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해운대는 ‘청춘의 바다’였고 양양은 정반대 상황이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데, 고향 바다를 청춘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양양 보라카이’라는 사업을 기획했고, 이를 기회로 삼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왜 양양이고, 보라카이인가.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바다는 어떤 바다일까? 여러 곳을 조사했다. 동남아 휴양지 중에서는 필리핀의 보라카이가 인기가 많으면서 가격도 저렴했다. 그래서 한국의 바다를 동남아 분위기로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당시 내가 잘 알고 있는 강원도 바다 중 후보지는 세 군데였다. 고성의 송지호, 양양의 하조대, 강릉의 금진해변이었다. 당시 하조대해변 인근으로 서울양양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있었는데, 해안 진입로가 6차선 도로라 접근성이 우수하고 주차도 편했다. 무엇보다 서핑을 위한 해변은 모래사장 넓이와 해안선 길이가 중요한데 하조대해변의 경우 해변 길이가 무려 7.2km였다. 이후 확장성까지 고려해 이곳으로 결정했다.



ⓒ 서피비치


해마다 방문객이 늘었다. 처음엔 아주 힘들었다고. 

2014년 8월 장소를 결정하고 10월 개점 멤버를 꾸렸다. 사실 공유수면 사용 권한을 일개 사기업에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어렵사리 법적인 허가와 마을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고 2015년 7월 오픈했다. 당시 백사장에는 그늘막 하나 없을 정도로 황량했다. 해안선을 따라 철조망은 그대로 있었다. 관광객도 상권도 없었지만,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였다.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던 것이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이곳으로 많은 사람을 데려오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첫해에는 단 45일의 운영 허가를 받았다. 컨테이너 세 개로 시작해 한국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5,000명이 서핑 강습을 받았고 2만여 명이 방문했다. 2016년에는 연중 운영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 6월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에 발맞춰 서핑을 넘어 ‘바다를 즐기는 이국적인 프라이빗 비치’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매출이 4배로 뛰었고 클럽 라운지, 파티, 요가, 코로나(Corona) 선셋 페스티벌 등이 열리면서 한 해 동안 10만 명이 찾았다. 2017년은 서피비치와 지역의   숙박・식음료 사업을 연계한 해였다. 지역의 민원이 줄고 주민과 한층 가까워졌다. 멕시코나 일본 오키나와의 해변 축제처럼 큰 규모의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단 이틀간 4만 명이 방문했다.

2018년에는 폭발적인 반응 덕에 정직원 스무 명을 비롯해 총 근무자가 아흔 명에 이르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 받은 영업 허가가 1년 남은 시기라 사업의 영속성을 고민하던 때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마음대로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즐거워야 방문자도 즐거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 공간에서 사랑받는 일을 하자”라는 회사의 철학을 만들었다. 과감하게 서핑 강습비를 낮추고 맥주 가격도 저렴하게 조정했다. 그럼에도 흑자로 전환해 지역 발전 기금까지 낼 수 있었다. 백사장 환경 개선에도 힘썼다. 친환경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으며, 매일 해안 청소를 했다.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다. 실제 하루 매출이 1억 원을 넘긴 해이기도 하다.



ⓒ 서피비치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이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아졌지만, 낙산도립공원 해제 이후 이 해안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더 이상 이곳에서 영업할 수 없게 됐다. 자리를 옮길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양양군의 지원으로 백사장에 한시적 가설 건물을 짓는 허가를 받았다. 강원도 공식 페이스북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피비치는 ‘강원도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로 꼽혔다. 올해는 바닷가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강원도의 다른 바다에도 편안한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게 우리 소망이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5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거창한 타이틀이지만 ‘대한민국 청춘에게 가장 사랑받는 바다’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로는 그때도 ‘감’을 잃지 않은 채 이곳에 있고 싶다. 바다가 우리의 힘이다.



ⓒ 서피비치


강원도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먼저 해수욕장 운영 기간을 연중 45일이 아닌 365일로 바꿔야 한다. 동해를 찾고 싶어 하는 이들은 너무 많지만, 단 45일간 운영하다 보니 짧은 한철에 인파가 몰린다. 여름에만 장사해야 하니 바가지요금이 생겨나고 결국 지역 민심까지 흉흉해진다. 사실 그 어떤 법이나 조례에도 45일이 명시되어 있진 않다. 

두 번째로 군부대의 철조망을 철거하고 규제를 없애야 한다. 백사장 출입 시간 제한을 풀고 미운영 해변의 공유수면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 누구나 언제나 자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해수욕장은 이미 상권이 형성돼 바꾸기 어렵다. 지금까지 운영하지 않았던 해변을 바꿔서 1년 내내 운영해야 한다. 아예 지방자치단체에서 상권의 이해관계가 없는 미운영 해변을 젊은이들이 운영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그 대신 운영 평가를 철저히 하고. 간섭이나 규제보다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건비나 지원비 명목으로 몇 푼 쥐여주는 대신 일할 공간을 줘야 한다. 젊은이를 동해로 끌어 모으는 가장 쉬운 해법이다. 동해안에 서피비치 같은 곳이 열 군데쯤 있다고 상상해보라.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원 1》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심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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