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자영업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주방

위쿡(WECOOK)

박지은|

해를 거듭할수록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고정비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매출액은 제자리만 맴돈다. 하지만 타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식업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이 분야에 뛰어든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은 창업률이 높은 만큼, 폐업률도 타 업종보다 1.5배 높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공유주방에서 찾았다. 위쿡은 공간 임대부터 예비 창업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F&B 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실제로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만든 그릭 후무스, 비건 마요네즈 등 위쿡을 통해 탄생한 식품들은 소비자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비자의 취향이 날로 다양해지는 시대에 발맞춰 위쿡은 F&B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최근에는 F&B 산업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공유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공유주방은 어떤 특징을 지녔나.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공유주방은 우버나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타 산업 분야의 공유경제형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공유주방을 쉽게 설명하자면 F&B 분야에 특화된 코워킹 스페이스의 일종으로,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주방 설비와 기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서비스와 형태는 무척 다양하다. IT 기술을 활용해 주문부터 배달까지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배달형 공유주방, 식품 제조업자에게 특화된 제조・유통형 공유주방, 운영업체와 푸드메이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형 공유주방, 초기 창업자를 양성하는 키친 인큐베이터 등이 그 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서 공유주방 열풍이 불고 있다. 공유주방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소비자의 행동이 바뀌면 산업의 구조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다. 마찬가 지로 공유주방의 성장은 대중의 소비 패턴이나 인식이 달라졌다는 방증인데, IT 기술 발달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던 음식이나 식품을 온라인 중심으로 주문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큼은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밀레니얼이 주요 소비 계층이 되면서 온라인 구매는 일상적인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업체회사인 마켓컬리가 업계에서 6,000억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대형 유통 회사인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19년에 분기당 적자 를 기록했고, 다수의 홈쇼핑 회사도 실적이 꺾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위쿡의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은 온・오프라인에서 유통, 판매할 음식을 만드 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다

ⓒ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F&B 시장에서도 상권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은 서비스 공간이 아닌 생산 허브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소비지 배후 중심에 생기는 소규모 생산 허브는 물류와 연결되는 추세다. 아마존(Amazon), 도어대시(DoorDash), 쿠팡 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도 더 이상 A급 상권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온라인에서도 마케팅 운영과 판매가 가능하니 입지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리 공간과 설비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공유주방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위쿡을 창업하기 전에는 음식점을 운영했다고 들었다. 외식업계에서 어떻게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나. 

음식점을 운영하기 전, 증권사에 재직하면서 창업을 고민했다.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처럼 국내 경제도 당분간은 저성장시대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불황기에 각광받았던 아이템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중 하나가 편의점 시장을 선도했던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제품이다.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지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는 ‘편도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2014년에 도시락 전문 음식점을 차렸다. 그해에 GS25에서 ‘김혜자 도시락‘이 출시됐으니 도시락 산업이 주목받을 것이란 예상은 적중했지만, F&B 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 역시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매출 대비 급격히 상승하는 지출 비용을 부담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고정비를 절감하는 방안으로 공간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게 됐고, 2015년에 위쿡을 창업했다.


지난 1년 사이 외식업 폐업률이 30%를 넘어섰다. F&B 산업 전반으로 봐도 특히 외식업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창업은 끊임없이 이뤄진다.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외식업 창업을 모색한다. 창업률과 폐업률이 모두 높은 전형적인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고정비는 계속 늘고 판매 가격은 함부로 올릴 수 없으니 매출액은 둔화된다. 당연히 영업이익률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경쟁의 양상도 질적으로 달라졌다. 과거에는 주변 식당만이 주된 경쟁 상대였다면, 이제는 편의점부터 배달 음식점, 온라인 스토어까지 다양한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경쟁 업체의 등장과 영업 이익률의 하락으로 인해 대부분의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유주방이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공유주방 임대 업체가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 임대업으로 단순히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 

임대업의 관점에서 공유주방을 운영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푸드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아이템, 기술, 자본, 인력, 마케팅, 브랜딩 등 다방면으로 필요한 요소가 많다. 그중 하나가 공간과 설비일 뿐이다. 위쿡은 “푸드메이커를 자유롭게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라는 미션에 맞게 푸드메이커들이 설비나 자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사업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기존 경쟁사들은 임대업 혹은 인큐베이션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추세지만, 우리는 건강한 푸드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공유주방 임대, 유통 세일즈 채널 확대, 인큐베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복합적인 구조를 단단하고 빠르게 갖춰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기존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무분별한 창업을 방지하려는 의도인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창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창업을 해도 될지 면밀히 점검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음식을 제조, 품평, 판매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F&B 산업에서도 빠르게 식품을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창업자의 실패 비용을 현저히 줄여 무분별한 창업도 막을 수 있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이들은 이후 브랜딩, 마케팅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장에 발을 들인다. 위쿡의 공유식당 브랜드인 부타이, 단상 레스토랑의 셰프들도 이러한 시간을 견뎠다. 하나의 식당을 시간대별로 공유하며 운영하는 이들은 음식을 만들어 접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위쿡은 그 외의 공간 구성, 브랜딩 업무를 전담한다.


◼린 스타트업

실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 요건을 신속하게 갖춰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경영 전략.


주로 어떤 사람들이 위쿡을 찾는지 궁금하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이용자가 방문한다. 첫째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온라인으로 공급망을 확장하려는 자영업자다. 즉, 기존에 운영하던 식당을 정리하고 배달형 음식점으로 전환하려는 사람 혹은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공유주방을 이용하려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초기 비용을 줄이려는 신규 창업자다. 그중에서도 특히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밀레니얼이 주 타깃이다. 앞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더욱 확대될수록 잠재 고객에게 디지털 마케팅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기업형 고객이다. 대기업도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때 적은 비용으로 테스트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



위쿡은 푸드메이커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제조 식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리도 운영한다

ⓒ 심플프로젝트컴퍼니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F&B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앞으로 F&B 산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강화될 것이다. 먼저,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에 적합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될 것이다. 현재 많은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음식을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로봇 식당 스파이스(Spyce)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음식을 제조한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F&B 산업의 핵심축인 식품제조·가공업과 음식점업의 경계도 점차 흐려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다. SNS를 통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다채로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수공예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인 아이디어스가 급격하게 성장한 사례를 보면, 소비자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F&B 산업에서도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에 적합한 플랫폼이 계속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식품 분야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가령 하루에 파이를 스무 판씩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이제는 공장이나 전용 공간 대신 공유주방을 필요한 시간만큼만 임대하면 되기 때문에 적게 생산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유주방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약 1,488m²(450평)에 달하는 위쿡 사직지점은 공유주방, 코워킹 스페이스부터 그로서리, 푸드스튜디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만큼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가. 

우리의 비전은 ‘혼자 먹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가 됐다. 유휴자산도 많고 생산물도 과잉 공급돼 공유경제가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다. 더 많은 자원을 공유해야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F&B 산업에는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R&D, 인테리어 등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가 존재한다. 음식 관련 생태계가 더 활발하게 순환될 수 있도록 여러 파트너들이 자원을 공유하며 공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도시 02: 도시생활혁명》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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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박지은

jepark@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