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Local Gathering 다시 보기 #1

제주, 로컬 생태계를 말하다

강필호|

지난 몇 년간 기성세대와는 다른 취향과 성향을 지닌 밀레니얼과 Z세대의 사회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산업 구조와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변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로컬리티(지역성)’는 골목상권 및 여행 트렌드와 결합하며 대중이 선호하는 가치로 급부상했다. 특색 있는 지역성에 바탕을 둔 콘텐츠는 소위 ‘힙한 콘텐츠’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역 생태계의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역 &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통해 로컬 비즈니스의 외연을 넓혀온 어반플레이는 2020년을 기점으로 대표 컨퍼런스인 ‘로컬게더링(Local Gathering)’을 열며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로컬게더링은 거점 도시별 로컬 크리에이터 지형과 생태계를 조명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네트워크 컨퍼런스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여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획·디자인·유통·마케팅 등 사업 전 분야에 걸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도 연계될 예정이다.




지난 6월 23일 제주시 원도심 내 혁신 창업 거점 공간인 W360에서 열린 세 번째 로컬게더링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 방지를 위해 꼼꼼한 설문과 응대가 이어진 가운데 행사장 입구에는 참여 기업, 기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로컬 기업의 서비스와 상품을 전시하는 구역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Keynote] 모종린(연세대학교 교수) / 전정환(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린 키노트 연사로는 ‘골목길 경제학자’로 알려진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전정환 센터장이 나섰다. 먼저 모종린 교수는 전국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컬 브랜드 사례를 통해 지난 4년간 이뤄진 로컬씬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생활권이 마을 범위로 좁혀지는 추세이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주거지 기반의 특색 있는 로컬 콘텐츠가 질적인 측면에서나 양적인 측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모 교수는 기존에 지배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소수 중심 상권의 역할을 새롭게 태동하는 중소 규모의 독립적인 지역 상권이 점차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와 같은 흐름이 로컬 비즈니스 업계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정환 센터장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는 대다수 국가가 세계화에 몰입했으며 심지어는 지역 경제와 산업 전반의 운영을 해외 수요에 극도로 의존하는 국가 및 지역도 상당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간 교역이나 왕래에 제약이 발생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인바운드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가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역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로컬 크리에이터란 것이다.



[Main Session] 재주상회 / 어반플레이 / 삼진어묵

뒤이어 진행된 메인 세션은 세 가지 스테이지로 구성되었다. 먼저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의 고선영 대표는 로컬의 가치와 지향점에 대한 분석과 견해를 전달하는 ‘로컬 인사이트 스테이지’의 연사를 맡아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고 대표는 먼저 문화·식품·레저·관광 등의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제주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했다. 올레길 열풍으로 말미암아 촉발된 제주 이주 열풍 속에서 시작된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은 단기간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 앵커스토어, 소셜 벤처, 크래프트 분야 등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자의 규모화가 이뤄지고 소셜라이징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창업가들이 많아졌다.

고 대표는 이런 상황에 힘입어 제주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로컬 브랜드로 진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산업화하며 사회적인 선순환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재주상회 역시도 로컬 브랜드를 재생하거나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로컬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컬 비즈니스 스테이지' 연사인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시장의 트렌드와 환경에 집중하여 ‘로컬 비즈니스의 방향성과 시장성’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 나갔다. 기술의 발전과 취향의 변화에 따라 골목상권과 로컬 콘텐츠에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해 유통 체계 역시도 크게 변화해왔으며, 부동산 시장에서는 물리적인 시설을 채울 콘텐츠를 고민하지 않으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홍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런 변화 자체를 유발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변화의 속도를 높인 촉매처럼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이런 변화 속에서 로컬 크리에이터가 로컬의 자원과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향후에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개별 사업에 IT 기술을 적절하게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을 덧붙이면서, 로컬 비즈니스의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본 투자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산의 대표 로컬 기업인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하는 '로컬 브랜드 스테이지' 코너를 통해 박 대표는 삼진어묵의 리브랜딩 사례를 바탕으로 ‘로컬 브랜드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온 삼진어묵은 과거의 생산 및 유통 방식을 부득이하게 고집한 나머지 한때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었다고 한다. 가업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는 상품 개발, 디자인을 포괄하는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삼진어묵만의 특별한 가치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시장 및 타깃 소비층을 분석한 결과 어묵이 비위생적인 식품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갓 나온 어묵을 가급적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했다. 따라서 베이커리 형태의 공간에서 어묵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경험을 고안하게 되었는데,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시장 변화와 소비 심리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삼진어묵의 사례는 로컬 브랜드에 있어 기반 지역에 대한 스터디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환기했다. 


2편에서 계속



About 로컬 게더링
로컬게더링 2020은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 임팩트를 만들다’라는 주제 아래 지역성을 바탕으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육성하고, 도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사례의 확산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는동네> 미디어는 로컬 게더링에서 진행된 발표 내용을 요약하여 연재합니다. 로컬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에디터

강필호

stopkang108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