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밀이 수확되는 여름날에 열린 작은 축제

풍요로운 대화가 가득한 마르쉐

김다애|




“햇밀이 수확되는 여름날에 열린 작은 축제, 마르쉐 장터 햇밀장을 소개합니다!”  

지난 9일 성수 에스팩토리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농부들이 정성껏 기른 채소와 과일, 친환경 먹거리로 가득한 마르쉐 장터가 열렸기 때문이다. 장터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잎과 뿌리가 살아 있는 채소,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페스토나 잼, 발효 시간을 늘려 소화하기 쉬운 빵 등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직한 마음으로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들이 마르쉐의 출점자가 모이는 마르쉐에서는 식재료의 향과 맛을 오롯이 느끼며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철마다 주제를 정해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이는 마르쉐는 이번에 여름 햇밀장을 개최했다. 초여름이 제철인 햇밀은 같은 품종이더라도 재배지에 따라 풍미가 다르다. 값싼 수입 밀에 밀려나 소비량이 줄어들며 토종 밀을 생산하는 농가가 적어졌지만 마르쉐는 해마다 햇밀장을 열어 갓 수확한 우리 밀을 통해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을 응원하고 소개한다. 조금은 느리지만 누구보다 정직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세 개의 출점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땀과 애정이 묻어나는 우리 밀과의 첫 만남 

제주밀팡 X 모모스

올해 생산한 첫 수확물을 마르쉐에 선보인 제주밀팡. 과거에 요리팀으로 마르쉐에 참여한 적이 있는 그는 건강한 농산물을 기르며 자부심을 가지는 주변의 농부를 보고 막연히 부럽기만 했다. 그러던 중 여행으로 다녀온 제주도에 반해 이주를 결심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마르쉐에서 만나는 농부들은 자신이 생산한 작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내가 기른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랄까요. 제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그 마음을 알겠어요. 제게는 우리 밀이 ‘우리 땅에서 지은 밀’이라는 뜻보다 ‘내가 자식처럼 정성껏 키운 밀, 우리 밀입니다’라는 의미로 와닿아요.” 1년 차 농부로서 첫 수확의 기쁨을 거둔 그의 얼굴에서는 우리 밀에 대한 애정과 뿌듯함이 비쳤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베이커리 카페이자 한국 최초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거머쥔 전주연 바리스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모모스는 이번 햇밀장에서 제주밀팡과의 협업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제주밀팡의 첫 수확물로 통밀 스콘을 내놓은 것. “커피와 빵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생산 과정, 품질, 지속 가능성, 다이렉트 트레이드 같은 것들 말이죠. 마르쉐에 참여하면서 농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실험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지만, 향후에도 우리 밀을 농부로부터 직접 받아 빵을 만들면 더욱 좋겠지요.” 마르쉐에 참여하기 위해 여러 번의 샘플 테스트를 거쳐 통밀 스콘을 내놓은 모모스는 제주밀팡의 수확물로 더 나은 먹거리를 만들 수 있어 더욱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실제로 맛본 스콘은 통밀의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해 커피와도 더욱 잘 어우러졌다.






우리 밀을 편하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

버들 방앗간 X 프론트

버들 방앗간과 프론트는 충남 공주에서 참여한 출점 팀이다. 버들 방앗간은 버들벼와 앉은뱅이 밀, 수수, 율무, 옥수수 등 토종 곡식을 농사하며 방앗간을 함께 운영하는 한편, 프론트는 버들 방앗간이 생산한 토종 밀가루로 쿠키, 파운드케이크, 빵을 구워 내놓는다. 몸에 좋아도 맛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밀의 편견을 깨기 위해 프론트는 맛있고 건강한 베이커리 류를 만들고자 고심한다. “우리는 농부들과 막역한 사이라 어느 날에는 밭에 가서 잡초를 뽑고 수확을 거들기도 하고, 놀러 가기도 해요. 이렇게 생산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빵을 만들 때 마음가짐도 확실히 달라지죠.”



토종 밀가루와 베이커리 류 이외에도 미숫가루 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렁율무, 겉보리, 방비수수, 선녹두 등 각종 곡물로 블렌딩된 미숫가루는 토종 곡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 한번 맛보면 꾸준히 찾는 제품이다. 올해 말 프론트는 식품 제조에 이어 토종 종자 채집과 토종 종자를 기르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모아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와 함께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토종 종자를 비롯해 로컬의 맛과 멋을 쉽고 맛있게, 재밌게 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다양한 생산자와 협업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고요.”





자연의 순리를 따르다

고양 찬우물 농장


햇밀을 주재료로 내놓는 출점자 이외에도 건강한 햇빛을 보며 키운 제철 작물들을 생산하는 농가들도 살펴볼 수 있다. 고양시 화정에서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고양 찬우물은 무농약, 무화학비료를 원칙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노지에서 재배한다. 하늘이 짓는 농사라 불리는 노지 재배는 기후가 품질을 결정짓는데, 이번 폭우로 인해 출점자는 물밴 작물들이 많아 속상하다는 마음을 내비쳤지만 이내 먹거리에 대해 물어보니 금세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6년째 마르쉐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비가 그친 새벽에 갓 딴 감자, 가지, 개구리참외,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들을 소개했다. 알록달록 자연의 색을 한가득 담은 채소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입맛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손님들로 귀찮을 법도 하건만 그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마르쉐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시장이에요. 작물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 주 소비자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수록 힘을 얻습니다. 사실 소비자와 농부가 이렇게 직접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어요. 제가 키운 작물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이번 햇밀장은 일회성 장터로 끝마치는 것이 아니라 햇밀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일상에도 다가가고자 한다. 서울의 어니언, 부산의 모모스, 대구의 커피명가 등 지역의 카페와 협업하여 햇밀로 만든 먹거리를 판매하며 햇밀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마르쉐 채널(@marchefriends) 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서울 파머스 마켓>은 서울시 내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가치 있는 소비를 독려함으로써 농부와 소비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갑니다.

에디터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