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아는전주》 미리보기 #3

이토록 진한 객사의 맛

박소율|

 완산구 중앙동에 있는 ‘객사’는 조선 초기 전주 부성을 지을 때 만든 것으로 추청한다. 이는 본래 벼슬아치를 접대하고 머물게 한 관사로, 전라감영의 권위와 명예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정면에는 유려한 서체로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 적은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전주가 조선 왕조, 즉 전주 이씨의 발상지라는 의미다. 객사를 중심으로 객리단길, 웨리단길, 한옥마을 등 오늘날 전주에서 핫한 곳은 모두 모여 있다. 밥부터 술, 커피에서 디저트까지, 객사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맛을 따라가본다.



① 신구의 조합에 취한다  더마시랑게

물이 찬 돌다리를 건너 매장으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빈다. 전통과 현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전통주 펍이다. 매장에 놓인 자개 테이블과 한복 입은 손님들, 흘러나오는 팝송과 현대 의복을 갖춘 이들의 모습이 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그너처 메뉴는 ‘대동여지도주’로 강원도, 경상도, 서울, 전라도, 제주도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한 잔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 술이다. 안주로는 갓 부친 따뜻한 육전을 추천한다. 또 이곳에선 전주 명인이 함께 만든 모주를 맛볼 수 있는데, 알코올이 없어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선물하기 알맞다. 



② 전주 찻집의 근본  교동다원


교동다원은 24년을 이어온 전통 찻집으로 주인장은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부터 일찍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고즈넉한 한옥은 안채와 별채로 구분돼 있는데, 자리가 있다면 안채로 들어가자. 신발을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벗 삼아 마시는 차 맛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는 발효차인 ‘황차’로, 모악산의 차밭에서 직접 기른 차나무를 재배해 사용한다. 차를 내리는 방법은 주인장이 친절하게 일러준다. 안채의 벽지는 주인장이 손수 바른 한지인데, 주인장의 고아한 취향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③ 지금 제일 ‘힙’한 카페  프랭크커핀바


전주를 대표하는 에스프레소 바(bar)인 이곳은 ‘힙’한 인테리어와 콘셉트로 MZ 세대의 이목을 끌며 객사 본점을 중심으로 효자동, 군산, 대전까지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야외 테라스는 유럽 노천카페 느낌이 물씬하고, 1층은 서부 영화 속 한 장면에 나올 것 같은 바 테이블이 중심을 차지한다. 2층은 동양적인 테마로 꾸며 섹션마다 특색을 달리했다. 프랭크커핀바에서 놓칠 수 없는 메뉴는 브라운치즈 크로플인데, 버터의 풍미가 가득한 쫄깃한 크로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과 브라운 치즈를 올렸다. 시그너처 메뉴인 프랭크커피는 크림과 섞지 말고 한입에 마시도록 하자.



④ 골라 먹는 재미의 하프 & 하프  마타비


눈에 띄는 간판이 없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가게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한쪽 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리스 벽은 단연 마타비의 포토 존이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는 프릳츠 올드독 원두를 사용한 하프 & 하프로 일반 우유, 오트 우유, 아몬드 우유 중 고를 수 있다. 선택한 우유를 바닐라빈, 연유를 넣은 수제 크림과 섞어 컵에 담고, 질감이 단단한 수제 생크림을 올린 뒤 짧게 뽑은 에스프레소 숏을 얹어 완성했다. 카페인이 부담스럽다면 직접 담근 오미자청을 넣은 오미자에이드를 추천한다. 곧 베이커리를 확장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겠다.



⑤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한  크러스트 베이크 하우스


서울 유명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에서 경력을 쌓은 주인장이 2022년 3월에 오픈한 베이커리 숍이다.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는 바로 ‘치즈버거파이’다. 치즈버거를 파이 형태로 풀어낸 베이커리로 파이 반죽에 소고기 패티와 양파, 피클을 잘게 썰어 넣고 소스와 함께 구워냈다. 소고기의 진한 육향과 체더 치즈를 제대로 느끼려면 칼로 자르지 말고 손으로 집어 ‘왕’ 베어 먹을 것. 모든 베이커리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솔티브라운 버터, 크랜베리잼, 바질페스토, 오늘의 수프 등을 판매하니 빵에 곁들여 먹어보자.



⑥ 김치 장인의 시원한 콩나물국밥  신뱅이


전주의 특산물인 콩나물과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색다르게 먹어보고 싶다면 한옥마을에 있는 신뱅이로 가보자.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가성비’가 넘친다. 1999년부터 완주군 모악산 아래 신뱅이 예술인 마을에서 김치를 담아온 주인장은 2010년 한옥마을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김치 명인인 주인장이 직접 담근 정갈한 세 가지 김치를 밑반찬으로 제공한다. ‘백김치 콩나물국밥’은 칼칼하고 시원하면서 아삭하게 씹히는 백김치의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주인장이 담근 모주까지 한잔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한 끼 완성된다.



⑦ 객사에서 즐기는 남미의 맛  찰스크라운


웨리단길에 있는 전북 최초의 멕시칸 펍인 찰스크라운은 2018년에 오픈했다. 주인장은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1세대 상인으로 미국 텍사스에서 유학했는데, 지리적으로 남미와 가까운 그곳에서 양식보다 멕시칸 음식을 더 자주 접했다고 한다. 판매하는 타코는 풀드포크, 소고기, 치킨 중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케사디야에 들어가는 알 파스토르 소스는 파인애플, 오렌지, 사과 등 신선한 과일을 넣어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으니 반드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맛보도록 하자. 재료가 떨어져 조기 마감 하는 일이 잦으니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⑧ 전주 속 아메리카  제너럴도넛샵


이곳의 붉은 파벽돌과 화려한 네온사인, 메탈 의자는 레트로한 미국식 트레일러를 연상케 한다. ‘미국 도넛’을 모티브 삼아 속을 꽉 채운 푸짐한 필링과 묵직한 중량을 자랑한다. 시즌마다 새로운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해 메뉴가 조금씩 바뀌는데, 매일 열 종류 이상의 도넛을 낸다. 가장 인기가 좋은 도넛은 ‘크림브릴뤠’로 도넛 속을 수제 커스터드 크림으로 듬뿍 채우고, 설탕을 뿌린 뒤 토치로 겉면을 그을렸다. 당이 떨어져 혀가 녹아버릴 것만 같은 달달한 맛이 필요하다면 방문해보자. 도넛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⑨ 귀여움이 가득한 수제 젤라토  제니러브스젤라또


사랑스러운 인테리어로 중무장한 이곳의 주인장은 전주에 젤라토 가게가 없어 기어코 가게를 오픈하고 만, 진정한 젤라토 러버(lover)다. 젤라토를 공부하며 계절별로 제철 과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또 한번 매력을 느낀 뒤로, 오픈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올여름엔 수박, 자몽, 참외, 키위 등 신선한 과일을 이용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는 쌀로 만든 리조 젤라토다. 한 컵에 두 가지 맛을 반씩 담는 것이 기본이나 맛보기용으로 원하는 맛을 한 스푼 추가할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전주》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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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소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