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일상여행≫ 전라 #1

2대에 걸쳐 만들어 낸 최고의 풍미

서울 사람 K|

2대에 걸쳐 만들어 낸 최고의 풍미, 더찹샵 THE CHOP SHOP



전라북도 남원의 ‘동편제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 ‘더찹샵’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사람 K가 한 걸음 먼저 떠났습니다.

지리산 기슭의 더찹샵은 오직 ‘버크셔K’만으로 샤퀴테리를 만드는 육가공 브랜드입니다. 17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토종 흑돼지 버크셔K는 불포화지방산의 함유가 많아 여느 고기와는 차별화된 고소함과 촉촉함을 자랑합니다. 2대에 걸쳐 브랜드를 이어나가는 더찹샵의 가공육을 맛보고, 양질의 소시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경험했습니다.



전라도 남원 속 숨겨진 작은 동네, 동편제 마을

남원 시내로부터 30여 분을 더 들어와야 닿을 수 있는 동편제 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2코스가 지나는 길목에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는 이 마을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습니다. 낮에는 산책하고 저녁에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어떤 그리운 풍경이 있을 뿐입니다. 도시에서 누렸던 편리함을 잠시 접어둔 채 고즈넉한 하루를 머물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처마 끝의 하몽 한 덩어리

더찹샵 내부의 커다란 나무 테이블과 진열장 안의 비주얼이 압도적입니다. 하몽의 주 재료가 되는 뒷다리를 비롯해 삼겹살, 목살, 방광에 이르기까지, 인내와 정성의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제품 제조와 브랜딩까지 더찹샵을 이끄는 박자연 대표가 진열장 앞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이야기합니다. 더찹샵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공육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시작은 처마 끝에 매달은 하몽 한 덩어리였다고 하죠.





시간이 숙성되는 발효실

지리산 500미터의 돼지 농장에서 사육한 버크셔K는 도축 후 인공 발효와 자연 발효, 모두 두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부위별로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간 전문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셈입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숙성되는 가공육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것은 마이스터의 몫입니다. 2대에 걸친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안목으로, 최상의 풍미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입니다.





수제 소시지 만들기 체험

마을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곱게 갈아서 양념을 버무린 고기를 충진기에 넣습니다. 깨끗하게 씻은 생 창자 케이싱에 고기를 주입하고 끝을 매듭지어줍니다. 아주 간단한 몇 개의 과정만으로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를 완성했습니다. 살면서 소시지를 직접 만들어 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단순히 소시지 하나를 만들었다’로 끝이 아니라 음식 너머에 그것을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직접 만들어 더 맛있는 소시지

씹었을 때 ‘뽀독’ 하는 소리가 나야만 제대로 된 소시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릴 위에서 맛있게 구운 더찹샵의 소시지를 먹고 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생 창자 케이싱의 쫄깃함과 버크셔K의 부드러운 식감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잘 훈연된 하나의 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입니다. 브랜드 경쟁력은 원재료에 있다는 박자연 대표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단순한 브랜드의 승계가 아닌 더 발전한다는 의미의 ‘계승’을 모토로 브랜드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더찹샵 대표 박자연 


더찹샵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소개를 부탁합니다.

자연 발효 제품을 만드는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입니다. 샤퀴테리부터 수제 소시지, 샌드위치 햄 등의 제품을 만듭니다. 특별한 점은 지리산 청정 지역에서 자란 버크셔K 원육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버크셔K는 타 품종과 무엇이 다른가요?

박화춘 박사님의 17년의 연구 끝에 잉글랜드 버크셔 종을 우리나라 환경과 입맛에 맞게 개량해 만든 품종입니다. 타 품종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고소한 맛이 진하고, 비계의 수분 함량이 낮아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한 장점이 있습니다.


박화춘 박사님이 아버지라고 들었습니다. 대를 이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더찹샵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버크셔K의 개발을 통해 돼지고기의 가치를 올리는 데 많은 공을 들이셨습니다. 우리나라의 돼지 소비를 보면 삼겹살과 목살 부분의 수요는 많은 데 비해 뒷다리 부위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이에 어머니께서 직접 유럽의 공부하며 하몽을 상품화하셨죠. 하지만 오랜 발효를 거친다고 모두 성공적인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어서,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와 동생이 각각 관련 학문을 공부했고, 그 결과 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경영하고, 저는 제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샤퀴테리라는 용어가 낯선데, 더찹샵에서 다루는 제품이 궁금합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고기의 각 부위를 발효시켜 먹는 방식을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하몽부터, 살라미, 쿨라텔로, 론지노, 판체타, 초리조 등 향신료와 함께 자연 발효시킨 음식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잠봉이나 올리브로프, 살라미코토처럼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익힌 햄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사육부터 제조와 유통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지리산 해발 500미터에 위치한 농장에서 사육한 버크셔K를 도축해, 국내산 천일염으로 염장을 하고 인공 발효실에서 2년 정도 발효합니다. 그리고 다시 1년간의 자연 발효를 진행하는데, 이때 하루하루 상태를 체크하고 올리브유로 보습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3년간 매일의 정성이 담겨있는 제품인 셈이죠. 제대로 숙성된 제품을 패킹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을 이곳 지리산 공장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공육의 원조인 유럽 브랜드의 도전자 입장인데, 더찹샵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첫 번째는 원료육의 퀄리티를 꼽습니다. 버크셔K라는 품종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개량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감과 풍미를 찾았다는 점에 있겠죠. 거기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하나의 목표,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이며 시스템을 꾸려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오랜 도전과 성과를 유산으로 받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단순한 브랜드의 승계가 아닌 더 발전한다는 의미의 ‘계승’을 모토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품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오랜 시간 발효 건조를 하며 얻은 제품의 고유의 향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거기에 조금 변화를 주고 싶다면 단짠단짠 조합을 추천합니다. 흔히 멜론이나 샤인 머스캣과 함께 즐기곤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수분감 없는 과일과의 조합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무화과나 단감과 함께 곁들였을 때 의외로 풍미가 괜찮거든요. 그 외에도 샌드위치나 파스타와 함께 드셔도 좋은 제품입니다.


앞서 체험한 소시지는 식감이 독특했습니다. 기존의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요?

케이싱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싱은 소시지를 겉을 감싸는 부분을 말하는데, 저희는 시중에서 흔히 사용하는 콜라겐 케이싱 대신 생 창자를 사용해 소시지를 만듭니다. 콜라겐이 씹었을 때 잘 끊어지는 특징이라면, 생 창자 케이싱의 장점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며 속재료와 어우러짐이 좋다는 데 있습니다.


소시지를 굽는 방법도 일반적인 방법과 조금 다르다고요.

저희 소시지는 시중의 제품보다 두꺼운 편입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팬에 굽기부터 한다면 속까지 충분히 익지 않게 되죠. 때문에 처음에는 소시지를 팬에 반쯤 잠기듯 끓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넣어도 되고 맥주나 와인을 넣어서 끓여도 괜찮습니다. 소시지를 앞뒤로 3분씩 돌려가며 익혀준 뒤에, 기름을 두르고 팬에 구우시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있는 소시지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번 상품에는 소시지 만들기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이전에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2천 명이 넘는 학생이 더찹샵을 거쳐갔는데요. 항상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데 열중해 있다가 아이들의 순수한 평가를 만나면서 제 스스로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체험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체험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한 번은 아이들을 마을에 초대하면서 마을에서 활동하는 산양 농장과 함께 체험을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각각 돼지 탈과 산양의 탈을 쓰고 아이들을 맞았죠. 각 장소 별 체험을 준비하고 식사도 대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앞서 더찹샵의 브랜드 차별성을 발전을 기반에 둔 ‘계승’이라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제조와 유통을 넘어서 더찹샵을 직접 방문해 주신 고객들에게 보다 생생한 경험을 드리기 위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샤퀴테리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올 하반기에는 멋진 공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디터

서울 사람 K

전국에 있는 멋진 크리에이터를 만나 그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