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

퇴근길 책한잔

진혜란, 서보화|


영화 <유브 갓 메일>의 주인공 케슬린은 ‘모퉁이책방’이라는 아동들을 위한 책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 주위의 서점들이 대형 서점으로 인해 하나둘씩 문을 닫지만 케슬린은 끝까지 모퉁이책방에 대한 신념을 져버리지 않는다. 케슬린의 모퉁이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동화구연을 하기도 하고, 직접 읽어 본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세상에 저런 책방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염리동 모퉁이 길에서 그와 흡사한 책방을 만나볼 수 있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퇴근길 책한잔’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 김종현입니다.


2. 대형 서점들이 도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리동이라는 작은 마을에 책방을 내신 이유가 궁금해요.

염리동을 택한 이유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 정도의 책방을 열기에 적당한 규모의 자본이 있었거든요.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정도에 따라서 가장 알맞은, 그리고 그 안에서 갖고 싶은 것들을 택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책방을 개업하면서 적은 돈에 맞춰서 적당한 장소를 찾다보니 닿게 된 곳이 바로 염리동이었어요.

그리고 대형 서점 이야기를 하자면, 대형 서점과 퇴근길 책한잔은 결이 완전 다르다고 봐요. 저는 그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책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있을 뿐이죠. 대형 서점의 손님이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 손님이 줄지 않고, 반대로 대형 서점의 손님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 손님이 되지는 않거든요. 저는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주인장께서 생각하시는 염리동만의 매력이 뭔가요?

7개월 간 염리동에서 지내보니, 이 동네만의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책방 쪽으로 걸어오면서도 느끼셨겠지만 참 오래된 동네에요. 제가 아주 어릴 때의 기억으로 거슬러가도 이 동네보다 발전한 곳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옛날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는 서울에 몇 군데 남지 않았잖아요? 책방 근처만 봐도 목공소, 쌀상회, 방앗간, 점집, 담배 가게 등 도시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곳들이 곳곳에 있어요. 참 재미있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4. 책방 이름을 ‘퇴근길 책한잔’으로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단순히 동네 이름을 따서 ‘염리동 책방’이라고 해도 물론 좋았겠지만 다른 이름을 생각해 보다가 등굣길 보다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듯한 느낌이 좋아서 ‘퇴근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아무래도 제 나이대가 하교보다는 퇴근이 어울리는 나이니까요. 또 제가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간단히 책 한권 읽자 라는 취지에서 ‘책 한 잔’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어요.




5. 책방에서 진행 중인 오프라인 모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정기적인 이벤트로는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영화 상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도 해요. 한 달에 한 번씩 인디밴드의 공연을 열죠. 또, 2주에 한 번 낭독 콘서트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는 모임도 있어요. 술 마시고 노는 모임도 있고요. 일정에 대한 정보는 저희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에서 얻으실 수 있으니 함께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6. 그 중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요 영화상영회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죠. 책방 내에 간이 스크린을 설치하고 여기에 있는 의자를 돌리면 약 10-15명 정도 앉아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요. 영화가 끝나면 감상을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마무리합니다.




7. 주인장의 꿈 혹은 목표점이 있나요?

없어요. 순간마다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데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뭐 할 거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보다는 앞으로의 삶이 곧 제가 하고 싶은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책방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 만족스럽지 않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 저에게 즐겁고 만족스럽기 때문에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방문했다. 많아야 20대의 문턱을 갓 넘긴 듯 앳되어 보이는 학생들부터 독립출판물 작가님까지. 일반 서점의 책들과는 다른 독립출판물들을 보면서 이제 누구나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생긴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가 가진 생각이나 주변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퇴근길 책 한잔’이 염리동 골목길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퇴근길 책한잔

서울특별시 마포구 염리동 9-60

월수목 15시~21시 / 금 15시~23시 / 토일 15시~20시

연락처 : 010-9454-7964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진혜란

연기를 합니다, 종종 글도 씁니다.

서보화

새로움을 깊이 들여다 보는 일을 좋아하는. 언제나 즐거운 글을 쓰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