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매거진은 지역만의 개성이 자연스레 반영된 콘텐츠를 통해서 매혹적인 색을 입는다. '문화'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수의 콘텐츠가 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조금 뒤집어 생각해보면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서울스러운 콘텐츠'는 '익숙함'이라는 개념의 이음동의어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가 보여주는 화법은 은근한 사투리 만큼이나 생경하고 또 흥미롭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콘텐츠, 문화적 여건 하에서 순수하게 특정 지역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매거진을 찾아보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그런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에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월간토마토가 만들어가는 콘텐츠는 더욱 가치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전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빼놓고 월간토마토를 얘기할 수 없지만, 월간토마토의 콘텐츠는 '대전'이라는 지역만으로 대변할 수 없는 보편적인 문화를 담아가고 있다. 대전 대흥동 원도심의 문화를 탐방하는 것에 있어 월간토마토의 이용원 편집국장을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월간토마토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월간토마토>는 다음 달이면 9주년이 되는 지역 문화예술 잡지이다. ‘공간, 사람 그리고 기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사라져 가고 있거나,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록의 필요성을 <월간토마토>의 글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 북카페 이데를 함께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는 전시, 강연, 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매거진 발간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문화기획을 진행하게 된 계기 혹은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다.
처음 잡지를 창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단순하게 출판과 판매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거진을 일종의 문화적인 매개체로 생각하고 시작하게 됐다. 우리는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보다는, <월간토마토>라는 잡지를 통해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절대 소수의 행복을 위해 절대다수의 불행을 강요하는 쪽에 가까웠던 모습들을 다양한 문화 관련 활동을 통해서 바꿔나가고 싶다. 그 안에서 예술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 매개체가 <월간토마토>가 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예술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예술의 일상성을 추구하고 있다.
월간토마토가 바라보는 대전, 그리고 대전 원도심은 어떠한 모습과 개성 혹은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원도심이 갖고 있던 진짜 개성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물론 신도심을 개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원도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토공-개발적인 관점이 강한 자본의 원리가 개입된다. 그래서 원도심은 정체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도심 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우리의 기억이 닿는 범위 내에서 시간이 멈춰진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우리의 기억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당시에 우리가 놓쳐버렸던 기억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원도심이다. 나는 백업 공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살아있는 아카이브라는 측면에서 원도심을 바라보면 굉장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월간토마토를 읽어보면 자연스레 함께하는 삶, 관계 등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대전, 대전 사람들, 대전 원도심과의 관계에 있어 월간토마토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대전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밝은 모습, 어두운 모습을 양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도시이다. 나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민낯들을 꾸미지 않고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좋은 것, 예쁜 것, 맛있는 것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최대한 솔직한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 간단한 예로 대전의 명소를 올려놓은 블로그를 보면 대전은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하지만 막상 아름답게 다뤄진 명소를 직접 눈으로 보면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월간토마토>는 포장되지 않은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민낯을 인식하는 순간 대전은 더 아름답고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월간토마토의 목표 혹은 지향점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다. 혹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를 다니는 13년 간 행복이라는 이름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기성세대, 그리고 60대 이상은 생존 이외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돼버렸다. 왜곡된 인식이겠지만 많이 가진 사람, 배운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월간토마토>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월간토마토가 바라는 대전 원도심의 모습을 들려주시겠어요?
흥미로운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막대한 재정과 시스템으로 인위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자연스레 쌓여서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 그런 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도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 것처럼 도심의 주인 역시 시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도심을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애정 어린 대화가 바탕이 됐다.
많은 문화가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대,
월간 토마토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삶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대전의 공간에 모이는 사람을 기록하며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담는다.
그러하며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있고 재미있게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