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나 책방에서 오고 가는 것은 비단 재화와 서적만이 아니다. 서적 혹은 출판물이라고 칭해지는 표면적인 매개체의 이면에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가 무형적으로 오고 가며, 책방이라는 유형적인 공간 내에는 해당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저장되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특정 지역의 책방은 이렇듯 외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의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특정 지역성, 혹은 특정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창고, 놀이터, 쉼터로 자리잡았다.
도시라는 '머무름'의 개념과 여행이라는 동적인 개념이 결합된 대흥동 책방 '도시여행자'의 표면적인 명칭은 간결하지만 참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수십년 전 어디에선가 멈춘듯한 대흥동의 거리 한 구석에 다방, 여관이라는 단어와 함께 자리한 이곳은 여행카페를 자처하고 있지만 삶을 여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오고 있다. 한 사람의 객(客)으로 대전을 방문하였기에 낯선 이방인, 방문객을 환영하는 이 공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오래된 거리 한 켠에 자리 잡은 카페이자 책방, 문화공간인 이곳이 대흥동의 역사성과 현시점의 문화를 연결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도시여행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도시여행자는 ‘지역과 청년’, ‘가치 있는 여행’을 말하고 싶은 독립책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흥동의 여행콘텐츠를 다루고 있고, 더 나아가 여행에 대한 즐거운 영감을 주고자 한다.
도시여행자는 독립책방으로서 독립출판물 콘텐츠를 담아내고 있다. 독립출판물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가 자신의 생각이나 내면의 힘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독립출판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의 수요가 콘텐츠에 따라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활한 유통과 판매에 있어 제약이 많다. (이를테면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출판물은 몇 달이 지나더라도 그대로 놓여있다던가, 그런 상황들 말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독립출판물의 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독립출판물의 유통이 활발해져서 지금보다 시장이 넓어지면, 독립출판물만의 매력이 보다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여행자가 대전 원도심에 자리를 잡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대흥동립만세>라는 대흥동 축제에서 스탭 활동을 했는데 그 때 대흥동의 매력을 느꼈다. 그 후 대흥동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는데 대전의 문화콘텐츠는 곧 대흥동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더라. 대흥동에는 신도심에 비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화콘텐츠가 있다. 또한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라는 점이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당장에 무언가 부족한 물품이 있다면 쉽게 옆 점포에 도움을 구할 수 없는, 도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품앗이가 존재하는 그런 동네이다.
도시여행자가 바라는 대전 원도심의 모습을 들어보고 싶다.
순수 예술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 분들과 젊은 예술인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보다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원도심을 새롭게 개발해 활성화하기 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원도심만이 가진 문화콘텐츠를 깊은 고민을 통해 매력적으로 구성한다면, 사람들에게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꿈꾸는 원도심은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발판을 도시여행자를 통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다.
끝으로, 도시여행자가 앞으로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들려준다면?
동네의 작은 책방이지만 도시여행자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다. 서울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를 보면서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도시여행자의 키워드가 ‘지역과 청년’인 만큼 대전의 지역청년들을 많이 만나고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대전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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